언제쯤 끝날까. 그 말이 그 말인데, 머리에 딴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려하지만 분통이 터질 때도 있다. 행사의 주인공인 군민들 모셔놓고 이래도 되는지. 참 답답하다.
한때 행사의 식순을 줄이자는 운동이 암묵적으로 이뤄졌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행사의 식순이 길어졌다.
행사에 군수와 군의회 의장, 관련 기관단체장이 나와 축사와 격려사를 하면 행사의 격이 더 높아질까. 그들이 참여해야 행사의 격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면 더 답답한 일이다.
어떤 행사든 참석 기관장들이 주인공은 아니다. 그들은 그날의 주인공들을 격려차 오는 이들이다.
8만 군민의 날이었던 군민의 날, 기념식을 보라. 군민들을 뙤약볕에 세워놓고 1시간 동안 이어진 숱한 인사말, 군민들은 지루해 죽겠는데 눈치도 없이 쏟아내는 인사들의 말에 군민들은 지쳐 버렸다. 그날 인사들 중 장황설을 늘어놓은 인사는 저녁 술집의 가십거리가 됐다. 인사말 자체만 1시간이 넘은 군민의 날, 역대 가장 많은 인파가 모여든 행사가 기념식 식순 때문에 특히 줄줄이 이어진 인사들의 장황한 연설 때문에 흠이 생기고 말았다.
지루한 행사 식순만이 문제가 아니다. 시작 시간을 어기는 것도 쉽게 생각한다. 시작 시간을 어기는 이유도 어이가 없다. 축하를 해줄 군수가 늦게 도착했기 때문이다.  군수가 꼭 참석해야 할 자리라면 먼저 행사를 시작하고 도중에 격려사를 넣어도 될 것인데.  이왕 말이 나왔으니 더 말을 해야겠다. 군수는 행정을 책임지는 이다. 얼마나 산재한 일이 많은데 꼭 군수를 초빙해야 하나. 군수도 모든 행사에 얼굴을 내밀 필요가 없다. 큰일을 하라고 선출한 군수가 각종 행사장에 얼굴을 내민다는 것도 유감스런 일이다. 또 군수가 행사장에 나오면 담당 부서에서 인사말을 준비해야하고 실과장을 비롯해 계장, 담당 직원 등 공무원 한 부대가 동원되는 등 행정력 낭비까지 불러온다.    
행사의 식순이 길어지는 것은 행사를 주최하는 임원들의 욕심에서 비롯된다. 많은 인사들이 찾아와 인사말을 해줬다는 데에서 자신의 권위를 찾으려는 욕심 때문이다.
각종 행사마다 주제가 있다. 주제에 충실하면 행사는 성공한다. 기념식은 그 행사를 알리는 시작에 불과하다. 그런데 모든 행사가 기념식에 무게를 둔다. 그러다보니 참석 인사에 대한 욕심을 무리하게 부리게 되는 것이다.        
군민과 함께 여는 활기찬 해남은 일상생활에서 시작된다. 매일 만나는 각종 행사의 기념식에서 군민은 철저히 타인이 되고 있는데 어떻게 군민과 함께 여는 활기찬 해남이 되겠는가.
행사 식순 줄이자. 형식도 깨자. 군민의 날 행사 기념식 때 어린이가 나오고 지역 촌로가 나와 8만 군민 사랑해요, 함께 해요라는 짧은 멘트가 기념사를 대신할 수도 있다. 행사란 동일한 목적을 가진 이들이 모여 동질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자 행하는 행위이다. 사회를 형성하는 사람 간에 매우 중요한 행위예술인 셈이다. 그런 만큼 모두가 공감하고 웃음 지을 수 있는 행사 식순, 해남에서 시작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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