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사랑 글짓기 대회 대상 작품
김경희(해남공고 2년)


어, 다리가 이상하다. 덩치 좋은 우리 아빠와 동생이 내 다리를 누르고 있는걸까? 아니면 우리집 막둥이 다롱이가 발톱으로 콕콕 찌르고 있는 걸까? 내 다리에 전해오는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기에 가장 흔한 단어를 선택했다. 아프다. 그래, 아프게 맞는거 같다. 종종 있는 일이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루, 이틀, 삼일…. 잠이 오질 않는다. 분명히 내 뇌가 지배하는 내 영역범위 안에 있는 내 다리인데 내 것이 아닌 것 같다. 한계에 다다른 나는 끔찍이도 싫어하는 병원을 향했다. 운동부족이려니 한 내게 의사선생님은 “큰병 아니면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하셨다. 응? 에이, 말도 안 돼 작은 개인병원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의심해보며 발걸음을 옮겨 종합병원 정형외과를 갔다. 여기저기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내 차트는 신경외과로 넘어갔다. 또 여기저기 툭툭 건드려보더니 절레절레, 소견서를 써줄 테니 대학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신다. ‘응? 내가 왜?’ 세상엔 아픈 사람이 참 많나보다 현대 의료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의아하게도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의 수는 날로 늘어가고 있다. 예약을 하고 몇 주일이 지난 월요일 교수님께서 몸 여기저기 눌러보실 때 마다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다. 아프다니까 아픈 곳을 누르고 있는 교수님이 얄미웠다. 안 그래도 없는 피를 4번씩이나 뽑고, X-ray 수십 장을 찍었다. 방사선과 선생님은 안 아픈 곳이 어디냐며 너처럼 사진 많이 찍는 애 처음 봤다며 내 긴장을 풀어주셨다. 그리고 일주일 후, 학교 간 나를 대신해 결과를 보고오신 엄마의 가방 속에는 28일분의 약이 들어있었다. 검사결과는 ‘섬유근통증후군’이었다. “응? 뭐라고?” 듣도 보도 못한 병명에 고개만 갸웃갸웃 어리둥절했다. “왜 아픈건데?” “아직 연구중이란다.” “나을 수 있대?” “환자 의지가 중요하단다.” 원인도 모르고 완치여부도 모르고,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주로 30~40대 여성에게 발병하며 만성통증질환이라고 한다. 아직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치료약은 진통제와 신경계통약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도와주는 것이 전부라 했다. 억울하고 억울했다. 꽃다운 나이 열여덟에 원인도 완치도 모르는 병이라니…. 왜 하필 나여야하는 건지, 왜 이렇게 아픈 건지, 아직도 내겐 왜라는 의문점만 늘어갈 뿐이다.
동병상련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장소가 있다. 환우들의 투병기를 읽으며 난 내가 도울 수 있는 한 같은 고통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도와주고 싶다.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았던 터라 돌이 갓 지나서부터는 병원이 곧 집이었고, 놀이터였다. 의사 선생님, 간호사 언니들과는 당연히 친했고, 난 늘 순백의 천사들이 멋있어 보였고 든든했다. 나도 순백의 옷을 입고 병마와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내가 그러했듯이….
의학드라마를 좋아하지만 수술장면이나 피를 보면 눈을 꼭 감는 나는 의사나 간호사를 하기엔 비위도 약하고 담력도 좋지 않다. 꼭 보이는 곳에서 희망을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픈 이들에게 치료의 선물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 배우고 싶고 알고 싶다. 어떤 것들이 그들을 힘들게 하고 괴롭게 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알고 싶다. 겪어봐야 헤아릴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내가 힘들고 아픈 만큼 그들도 힘겹게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손내밀어주고 안아줄 것이다. 모두들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알 수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도와줄 것이다. 어쩌면 날 위한 일일 수도 있고 날 알아가는 일일 수도 있다.
생명을 연구하고 의약을 개발하는 연구원이 되어 아픈 이들의 뒤에서 도움을 주고 싶다. 내 경험으로 땅을 다지고 환우들의 마음으로 틀을 잡아 실력과 노력으로 희망이라는 집을 지어 선물할 것이다. 누구보다 병마와 싸우는 이들을 위해 내 발로 걷고 내 손으로 만들고 내 머리로 생각할 것이다. 마음은 헤아리고 이해하며 육체는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사용할 것이다.
아직 내가 내딛는 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한 걸음 두 걸음 조심스럽게 내딛는 중이다. 결승점은 아득히 멀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의 끝에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두렵고, 무섭다. 하지만 행복하고 가슴이 뛴다. 훗날 나의 선물을 받고 웃음 지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루어지지 않은 꿈일지라도 이미 나는 해냈다는 기분이 든다.
날 기다리고 있는 나의 꿈은 매일 커가고 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것을 믿기에 꿈의 결승점 끝에는 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고 나는 오늘도 한 걸음 두 걸음 내딛는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