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일(지역활력연구소 소장)


해남농수산물 유통의 실험장으로 여기던 ‘해남미소’가 뜨거운 감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적지 않은 거래실적을 위해 애쓴 보람도 없이 물거품이 돼 간다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 있다. 때문에 ‘해남미소’의 실패 원인을 잘 뜯어 살피면 해남농수산물 유통의 성공열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해남미소’ 모델을 압축하자면 농산물유통 전문회사의 기술과 인력을 빌려 서울에다 유통회사를 차리고 해남농수산물을 수도권의 소비자들에게 직거래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출향인 등 도시소비자들과의 직거래 유통망을 형성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에 기존의 유혈경쟁방식과 다른 ‘블루오션 프로젝트’라고 했다. 유혈경쟁의 늪을 피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해남미소’는 직거래 원리를 잘 꿰뚫지 못하고서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 바느질하는 모양새였다.
첫째, 서울에다 직거래 진지를 만든 게 잘못이었다. 직거래는 사람사이의 풋풋한 향기를 수반해야 성공가치를 높인다.
도시소비자들이 침 발라 새는 돈 냄새보다 우선하는 다른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해남미소’는 서울에서 유통전문회사 인력들을 통해 해남 향기를 뿜으려 했다. 해남 무늬만 그려진 방향제를 가지고선 소비자들의 감동을 일으킬 수 없다. 직거래의 전초진지는 해남에다 만들어야 힘을 받는다.
둘째, 단작과 다작 복합유통을 시도한 게 잘못이었다. 쌀, 배추, 고구마, 김 등 대량생산되는 단작 농수산물은 규모화와 특화전략을 복합시켜서 도매나 소매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친환경농수산물, 소규모 특산농수산물, 중소농 농수산물, 가내수공업 가공품 등 다작 농수산물은 해남의 향기를 실어 직거래시장(관계마케팅)을 공략해야 한다.
이렇듯 단작농수산물과 다작농수산물은 구조상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유통방식을 달리 해야 한다.
단작과 다작을 한 통로로 유통시키면 서로 끌어내림의 역작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해남농수산물 유통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먼저 단작농수산물과 다작농수산물의 성격을 살펴 구분을 한다.
다음으론 단작농수산물과 다작농수산물에 적합한 생산체계를 구축한다.
단작농수산물은 외국에 비해 어설픈 규모화를 보완하기 위한 떼알전법(클러스터)과 새로운 특화기술 개발(R&D)에 나선다.
다작농수산물은 해남의 개성(유이성)을 분석하고, 향기자원(어메니티 자원)과 궁합 맞춰 새 옷을 입힌다.
구식 구호로 전락하는 친환경농산물은 고장의 생태와 순환하는 해남만의 생태농업으로 탈바꿈 시킨다.
아무리 생산을 잘해도 잘 팔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해남농어민들이 칼날을 쥐는 기존의 유통방식엔 희망이 없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단작농수산물과 다작농수산물을 같은 방식, 같은 길로 유통시키면 둘 다 죽인다. 때문에 7년, 10년 후엔 한 통속을 만들지라도 우선은 서로 다른 길을 만들어 유통시켜야 한다.
단작농수산물이 갈 길은 도매시장이나 소매시장이다. 다작농수산물은 고장의 향기를 실어 나르는 직거래시장이 안성맞춤이다. (이미 특화된 농특산품은 소매와 직거래의 병행도 가능) 그리고 총체적인 농수산전략은 블루오션전략(차별화전략)에다 초점을 맞춰야 한다. 냉정히 말하자면 ‘해남미소’는 블루오션 전략과 질이 다른 틈새시장전략이었다.
타 지역과의 본질적인 차별화가 아닌 일시적인 시장선점효과를 노렸던 것이다. 때문에 타 지역과 바탕이 다른 본질적인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해남의 토양, 기후 조건에 따른 차별성이나 해남사람들의 기술력, 전통문화, 노동력에 따른 차별성을 찾아야 한다.
타 지역과 다른 점이 뭔가, 내 장점이 뭔가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중국탁구가 세계정상의 장벽을 높인 것은 선수들의 장점을 살린 훈련 덕분이라 한다.
공격 자질 있는 선수는 공격형으로, 수비 자질 있는 선수는 수비형으로, 공수균형 있는 선수는 멀티형으로 자질을 살려 키우기 때문에 월등한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다.
이제는 해남다움이다. ‘해남은 금비가 내리는 땅’이라는 우장춘박사의 극찬만 자랑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차별화 된 색깔을 자랑해야 한다.
가장 풍부한 일조량, 해양성 계절풍, 드넓은 붉은 황토 거기에다 국민호감도 1위인 땅끝을 가진 해남의 개성을 개발해야 한다.
희망은 남이 거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희망을 찾으려는 절실한 마음과 내 안에 희망이 있다는 확신 가운데 해남 농수산업에 희망의 꽃이 필 것이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