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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많은 길을 간다. 집을 나서자마자 골목길을 통해서 큰길로 가기까지 도중에 무수한 생각들이 교차하면서 하루가 저물어 밤으로 가는 길목에서 많은 길을 만난다. 올바른 길을 똑바로 가야하는데 잘못 들어선 길을 가기도 한다. 절대 가서는 안 될 길을 들어서기도 하고 한번 갔던 길을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이렇게 허비한 수많은 길들을 다시 펼쳐 본다면 지구를 몇 바퀴는 족히 돌았을 것이다. 앞으로도 수천 마일은 더 가야만 한다.
인생의 험준한 길은 너무 가파르고 한번 나락에 떨어지면 다시 오를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의 길은 나만이 갈 수 있는 것이지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갈 수가 없는 것이다. 단 한번 뿐인 나의 길, 나의 인생은 참으로 창조의 길이고 값진 길이어야 한다. 목표를 정해두고 가야할 길은 정확한 지식이 필요하다. 네비게이션이라도 있다면 설정을 해 놓고 갈 일이지만 내가 추구한 길의 목적지는 나만이 알고 있고 내 양심만이 알고 있는 길이기에 네비게이션 같은 것은 없다. 최초로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처럼 내가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지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송자성이 말했듯이 “먼저 정확한 지식을 얻으려는 노력을 가져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방법을 참고함이 좋을 것이다.
남의 지식을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심히 우려할 일이다. 데카르트는 정확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 먼저 권위 사상을 배격한다. 어른의 말이라면 무조건 그대로 순종하는 것이 도덕이었던 우리들의 태도와는 정반대이다. 그는 먼저 의심하여 본다. 한 지식에 관해서 이모저모로 캐어보아도 반박(反駁)할 여지가 없을 때에 비로소 확실한 지식으로 삼는다. 이러저러한 권위 있는 인물의 말이라는 것만으로는 내가 믿어야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내가 진실로 이해한 것만이 지식이며, 남의 지식이 바로 내 지식이 될 수는 없다. 내 지식은 내가 만들어 갖는 것이고 남에게서 얻어서 갖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간혹 이것은 이런 것인데 왜 그렇게 하느냐고 따지며 대든다.
모 대학의 총장 임용후보자들이 서로 상대방의 논문이 표절이라고 주장해 방송과 신문에까지 보도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제 교육과학부나 청와대 인사과의 판단만 남겨둔 상태다. 총장이 될 사람이 만일 논문을 표절하여 자기 지식으로 둔갑시켰다면 그것은 자격이 없다.
글을 객관화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인용한다. 출처를 밝히면 그것은 표절이 될 수 없다. 상당한 부분이 논문에 사용되었어도 그 출처를 밝히면 표절의 의혹을 받을 수는 있지만 표절은 될 수 없다. 다소 저서나 논문에 문제가 된다고 해도 존경할 만한 인격의 소유자는 총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사람은 복잡한 감정 체계를 갖는다. 기쁨에서부터 슬픔에 이르기까지 감정의 세계는 다채롭고 복잡하다. 인간의 감정 중에 ‘존경’이라는 감정은 특이하고 유별하다. 존경은 인격에서만 느끼는 감정이다. 존경은 인격가치의 감정이다. 존경 받는 이가 총장이 되었으면 한다. 교육과학부 인사과 청와대인사과의 결정이 남아있지만 잘못된 잣대를 들이 대 그릇된 판단을 할까 우려된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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