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나라가 반값 등록금 문제로 들끓고 있다. 반값 등록금 문제는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자신의 선거운동본부에 ‘등록금 절반위원회’까지 설치 운영했었고 한나라당이 수십 차례 발표한 중대 공약이었다.
그런데 대다수 국민이 지지하는 반값등록금 문제를 한동안 침묵하던 이명박 대통령이 기껏 내뱉은 말은 ‘반값 등록금 불가’란다. 게다가 보수 언론들까지 가세해 대학에 너무 많이 진학한다.
부실대학 부실학생에게 국민의 세금을 지원해야하는가? 향후 몇 년 후 국가 재정이 파탄난다 등등 난리다. 참으로 안타깝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대학에 들어갔던 80년대 초, 어렴풋한 기억으로 한 학기 등록금이 40여만 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현재 한 학기 등록금이 500만원 내외이니 30년 동안 12배 정도가 오른 것 같다. 그때 당시 한 달간 하숙비가 10만원 내외였는데 요즈음은 70만원 내외인 것을 비교해 봐도 등록금이 고삐 풀린 것이 맞긴 맞는 것 같다.
내친김에 지난 10년간의 물가를 조사해 보았다. 등록금은 지난 10년간 국립대가 88%. 사립대가 63% 오른 반면 소비자 물가는 약 50% 정도가 올랐다. 참 많이도 올랐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농산물가격 최근 10년간의 통계를 조사해 보니. 쌀가격은 3만 5천원에서 4만원으로 등락을 할 뿐 10년 전 물가와 차이가 없고, 소 팔아서 대학 보낸다는 한우가격 역시 지난 10년간 등락을 반복할 뿐 마리당 500만원 내외였다. 그야말로 농민의 입장에서 보면 참담한 현실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반값등록금으로 4조원이 드니 6조원이 드니 추가감세를 하느니 마느니 시끄럽다. 그러나 이 정부는 이미 정신없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4대강사업에 22조 3천400억을 책정해놓았을 뿐 아니라 2008년 실시한 부자감세조치로 이명박 대통령 재임기간에 96조원, 그리고 그 후에도 매년 25조원을 부유층에게 감세혜택이 돌아가도록 해놓았다. 이 땅에서 3% 안에 드는 가정이 자녀를 대학에 보낸다면 등록금 반값의 5~10배를 매년 되돌려 받는 셈이다.
내가 대학졸업하고 다니던 회사에서는 자녀가 대학 들어가면 일정액의 대학등록금을 보조해주었다. 현재 대기업의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자녀 학자금 보조가 시행되고 있고 공무원 역시도 자녀에 대한 학자금이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그들에게는 등록금 반값 문제가 남의문제로 생각되고 ‘왜 내가 너희를 위해 세금 더 내고 희생해야 하나’라고 반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공적 예산의 한 푼도 지원 받지 않고 등록금과 여타의 교육비 하숙비 그리고 교재비를 포함하여 1년에 3000만원 가까이나 드는 거액을 들여서라도 자녀를 대학 보내야만 하는 이 땅의 농민들의 마음은 이미 뒤틀려버린 학벌위주의 사회구조 탓이 아니던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회원국의 고등교육비 지출 중 공적부담과 사적부담의 비율은 69.1% 대 30.9%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사적부담율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등록금 문제의 원인과 해법이 모두 담겨 있다고 본다.
그동안 고등교육에 대한 모든 비용을 개인에게 부담시켜왔다는 것이다. 부자감세나 4대강 사업에 수십 조 원의 예산을 들여서 사람이 죽어나가도록 서두르는 이 정부가 정말 시급한 민생문제에 대한 책임에는 ‘실현불가’라는 한마디로 털어내려 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학생과 학부모의 책임과 부담에만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교육정책을 즉시 폐기하고 최소한 교육비만큼은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기 바란다.
출생에서의 불평등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선만큼은 최대한 공정하게 보장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가의 참된 도리가 아닐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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