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의 문화관광 정책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해변 관리에서부터 땅끝순례문학관, 우항리 조류생태관, 황토나라테마촌, 고산유물전시관에 이르기까지 사람 위주의 유연한 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쉴 새 없다.
여기에는 돈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하는 해남군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다. 이는 공무원이 무능하거나 일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이 아니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가리고 거기에 가장 적격인 인력을 기용하자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순환보직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업무를 보게 된다. 한 가지 업무에 미처 전문성을 쌓을 시간도 없이 다른 부서에서 새로운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그나마 2년여에 걸쳐 쌓아놓은 그 분야의 지식도 보직이 바뀌면서 서로 인수인계가 되지 않아 후임자는 새롭게 업무 파악을 해야 하는 처지에 빠지게 된다.
문화의 향기란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관리자보다 방문객의 문화적 수준이 높다면 방문객은 무엇을 얻고 갈 것인가. 이런 상황이라면 방문객이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을까. 해남군은 덩치가 큰 군이어서인지 건물을 지어도 작게 짓지를 않는다. 100억 단위가 보통이다. 건물에는 그렇게 큰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정작 필요한 전문인력 배치에는 T.O나 예산을 들어 난색을 표한다. 고가의 최첨단 컴퓨터를 들이면 뭐하겠는가. 이를 활용할 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또한 목적에 맞게 운용할 수 있어야 그 가치가 살아나는 것 아니겠는가? 또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컴퓨터가 제 기능을 발휘할 것이 아닌가. 덩그러니 신주단지 모시듯 최첨단 컴퓨터를 모셔놓고 자랑만 할 것인가.
건물이란 사람이 드나들어야 비로소 건물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사람이 찾지 않는 건물은 죽은 건물이요, 폐가로 전락하게 마련이다. 군이 너무 하드웨어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가 없는 하드웨어는 결국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  
여기서 전문 인력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전문 인력은 생명 없는 건물에 활기를 불어넣는 일을 한다. 연중 문화예술계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미래의 주인공인 학생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낼 전문 인력이야 말로 반드시 대형 건물들이 갖춰야 할 부분이다.  
땅끝순례문학관이든 우항리 조류생태관이든 단순히 문을 열고 닫는 업무가 근무자가 해야 할 일은 아니다. 건물과 고정된 전시물은 개관 무렵에만 반짝 방문객을 끌어들일 뿐이다. 다양한 기획전시와 스토리텔링을 겨냥한 체험프로그램 개발이 없다면 재방문을 유도해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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