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해남군이 추진하려했던 땅끝순례문학관에 대해 기대가 컸다. 땅끝순례문학관이 제기된 것은 해남을 시의 고장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또한 전시공간 중심이 아닌 다양한 문학 콘텐츠 공간이자 체험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해남군이 땅끝순례문학관의 규모를 축소하면서 전시공간 위주의 시설로 가려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그동안 해남군이 추진해온 사업에 대해 검토해 보려한다.
먼저 우항리 공룡화석지 내에 들어선 조류생태관을 한번 보자. 처음 34억원을 들여 건물을 지었지만 안에 볼거리가 하나도 없어 준공과 동시에 몇 년째 문을 닫았었다. 이에 해남군은 다시 2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그 결과 외벽은 깔끔히 단장됐지만 건물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니 있긴 하다. 조류들의 사진들이 걸려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숱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요즘, 누가 새 사진보러 우항리 조류생태관을 찾겠는가. 황토나라 테마촌도 마찬가지다.
100억원이 훨씬 넘게 투자된 건물이지만 특별한 것이 없어 해남군의 골치덩이로 남을 공산이 크다. 계곡도 없는 곳에 조성한 계곡 가학산 휴양림도 매년 수억원씩 쏟아 붓지만 손님이 오는가. 120억원이 투자된 해남천은 어떠한가. 돌 파헤치고 다시 뜯어내고 있다는 인상만 들 뿐, 생태하천으로서 복원이 됐는지 묻고 싶다.
같은 군민으로서 해남군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고 싶다. 그런데 땅끝순례문학관 추진 내용을 보니 해남군이 아직도 시설중심의 관광정책을 버리지 못했음을 상기시켜 준다.
가장 단순한 예로 서울에 있는 숱한 미술관을 보자. 그 어느 미술관 하나 고정된 전시물만 전시하고 있는 곳이 있는가. 국내외 미술인들의 특별전을 수시로 열고 있다. 박물관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기획과 전시물로 관람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땅끝순례문학관은 어떻게 운영할 셈인가. 그것도 이것을 운영할 전문가 채용도 생각지 않은 속에서 말이다. 해남군은 땅끝순례문학관을 공무원들이 운영할 생각이다.
그러한 발상은 건물 달랑 지어놓고 그 속에 전시물 걸어놓고 간단한 설명 정도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가까운 강진군만 하더라도 건물에 전문가가 배치돼 있다.
건물은 규모가 전부가 아니다. 얼마나 알찬 내용물로 채워져 있고 알찬 내용으로 운영되는가에 달려있다.
땅끝순례문학관은 한국 현대문학의 메카가 돼야 한다. 해남의 시인 김남주와 고정희 시인을 비롯해 해남출신의 시인이 중심이 돼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들을 바탕으로 우리의 현대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특별전과 만남의 자리, 교육의 자리, 체험의 자리가 돼야 한다.
유명한 시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에 머무르면 그곳은 죽은 공간이 된다. 또 땅끝순례문학관과 김남주 고정희, 이동주 생가와의 순례길 코스 개발과 그에 맞는 프로그램 운영, 해남에서 배출된 시인들에게 자양분을 주었던 해남의 산천과 정서 등을 엮어내는 작업 등 땅끝순례문학관이 해야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제발 이젠 시설물만 달랑 짓는 일은 하지말자. 시설물 중심이 아닌 운영 프로그램을 중심에 놓은 사고전환을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공무원들이 이곳을 운영하겠다는 헛된 망상도 버리자.
땅끝순례문학관을 왜 지으려 했는지 원점에서 출발해 용역에서 제시한 내용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에게 맡긴 용역을 공무원들의 입맛에 맞게 수정하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당초 해남군은 100억원 들여 땅끝순례문학관을 짓겠다고 했다. 이젠 75억원으로 축소했다. 예산을 축소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중심적인 내용을 대폭 축소한 것이 문제다.
그러나 해남군 공무원들 참 통도 크다. 100억대에 가까운 규모의 건물을 그리도 쉽게 지으려하니. 해남군에서 추진한 건물과 사업 등 100억원 가까이 투자한 건물과 시설들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먼저 검토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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