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군왕들은 治山治水(치산치수)를 통치의 근간으로 삼을 만큼 산과 물의 관리를 중요시했다.
중국의 우왕은 치산치수를 잘해 태평성대를 구가한 성왕으로 칭송받고 있다. 우왕이 치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鯀(곤)의 실패를 교훈 삼아 13년간의 노력 끝에 河道(하도)를 소통시키는데 성공하여 침수 피해를 막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백성들은 해마다 풍년이 들어 창고마다 곡식이 가득했다고 한다.
이처럼 통치의 근간이 될 치수에 대해 해남군은 어떤 정책을 펴고 있을까. 군 또한 치수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100억원 이상을 투입해 해남천을 생태하천으로 탈바꿈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178mm의 비에 100억원짜리 대형 토목공사가 속절없이 휩쓸려가 버렸다. 자연재해 앞에 인간의 힘은 무력하기 짝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완공된 지 얼마나 됐다고 비 한 번에 설치물들이 떠내려 간다는 말인가. 이는 수량과 유속을 예측하지 못하고 설계를 했거나 아니면 설계 기준에 맞지 않은 부실시공이 이루어졌다는 반증이다.
사람이 손을 댄 생태하천이란 존재할 수 없다. 거기에는 자연의 가치 즉 물의 가치가 아닌 인간의 가치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결국 100억을 들여 만든 생태하천은 물에 의해 거부되고 만 셈이다. 이런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만 학습의 효과가 있을까. 이런 학습 효과를 통해서 군은 어떤 교훈을 얻게 될까.  
자연이란 스스로 그러한 상태로 있는 것을 말한다. 자연, 특히 물은 인위적인 것을 거부한다. 아래로 아래로 낮은 곳으로만 흐르는 물은 거스름 없이 순리를 따른다. 그러나 그 순리에서 벗어나는 것은 도도히 흐르는 물이 휩쓸어가게 마련이다.
해남천은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하천이다. 애초부터 인위적인 하천이 될 수밖에 없는 천성을 타고난 하천이다.
해남천은 금강골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물을 도심 밖으로 유도해 도심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게 1차적 기능이다.
더 많은 비가 내려 시설물이 유실돼 물의 흐름을 방해한다면 도심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여름철은 유독 비가 많이 내린다. 군은 책임 소재를 파악하고 하루빨리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을 계기로 해남군의 정책이 민의를 따르지 못하고 순리를 거스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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