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없지만 장날이면 시끌


5일장 추억 느낄 수 있어 관광객도 찾아

간판도 없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황매자(72) 할머니가 끓여주는 팥죽을 찾아 어김없이 이곳을 들른다.
오전 10시경 남창장 관리실에 딸린 남창 팥죽집을 찾았다. 이른 장을 본 장꾼들이 벌써 군데군데 앉아 고개를 숙인 채 팥죽을 먹고 있다. 팥죽을 시켰더니 5분도 안 돼 펄펄 김이 오르는 팥죽이 상위에 오른다. 숟가락으로 국물 맛을 본다. 먼저 진하다는 느낌이 혀를 타고 전해온다. 진하게 갈아 넣은 팥이 입안 가득 은은한 단맛을 전해준다. 젓가락으로 면을 집어 맛을 본다. 오래 끓여서인지 쫄깃하지는 않다. 그러나 가락국수처럼 나름의 식감이 있다. 진한 팥국물과 잘 씹히는 면이 아침 일찍 안개를 젖히며 나온 장꾼들의 헛헛한 속에는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70년대만 해도 시골 어느 장이건 국수와 팥죽을 팔던 아주머니가 다 있었다.
황매자 할머니는 올해로 2년 째 남창장에서 팥죽을 팔고 있다. 그 전에 이곳에서 팥죽을 팔던 사람이 사정이 있어 황매자 할머니가 인수하게 됐다. 황 할머니는 남창소재지에서 형제 식당을 운영해 왔었다. 음식 솜씨가 좋고 인심이 좋은 황 할머니는 시장 상인이나 장꾼들에게 그냥 언니로 통한다.
10시가 넘어서자 장바구니를 든 사람들이 이상 저상에 비집고 들어와 팥죽을 주문한다. 자리가 부족해 건너편의 빈 장옥에도 할머니가 상을 들여놓고 장사를 한다.
황 할머니는 새벽 4시에 문을 열기 때문에 음식 재료는 전날 저녁에 준비해 놓아야 한다. 새벽에 나오는 상인과 장꾼들을 위해 아침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벽에는 주로 백반이 나가고 그 이후에는 팥죽이 대세다. 이렇게 하루에 판매하는 팥죽이 100그릇 정도 된다고 한다. 바쁜 상인들을 위해서 혼자 배달도 다녀야 한다.
현재는 장날에만 문을 열지만 작년 피서철에는 관광객을 위해 매일 열었다고 한다. 올해도 마음은 피서철에 장사를 하고 싶지만 힘들어서 생각 중이다.
현재 남창장은 남창사람들과 완도 군외면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주말이면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든다. 완도에서 왔다는 중년의 한 부인은 황 할머니의 팥죽은 옛 5일 장터의 취향을 느낄 수 있고 한 그릇에 3000원이라 값이 싸기 때문에 장에 올 때마다 들른다고 말했다. 남창 팥죽은 이곳을 들렀다 가는 이들에 의해 인터넷으로 알려지면서 남창장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박태정 기자/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