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엄마가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함께하고 있으니 꿈만 같아요”
계곡면 신전마을에 살고 있는 누엔뚜띠(30)씨는 베트남에서 시집 온 여성이다. 3년 만에 만난 어머니와 꿈같은 생활을 하며 집안일도, 절임배추일도 함께 다니며 하루하루 너무 가슴 벅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 모녀의 상봉은 해남 목련클럽(회장 최해자)의 외국인 여성 친정엄마 모시기 사업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친정집이나 누엔뚜띠 본인이나 너무도 가난해 모녀가 이렇게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사실을 기대하지도 못했다. 3개월 체류기간으로 온 엄마는 곧 베트남으로 떠난다. 엄마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보내고 싶은 딸. 열심히 절임배추공장 등을 다니며 돈을 번다.
엄마는 가난한 살림인데도 딸을 위해 떡과 침대 시트, 여름옷, 모자까지 사오셨다. 가족사진은 그녀가 울까봐 가져오지 않았단다. 가장 먹고 싶었던 생선회만 가져오라고 했는데 엄마는 어디서 돈을 얻어 이렇게 귀한 선물을 사오셨을까. 아마 딸에게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보라고 사온 선물인 듯싶다.
호치민시 남팍이 고향인 뚜띠씨는 7남매가 사는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가난은 베트남에서나 한국에서나 그녀의 곁을 쉽게 떠나주질 않았다. 착하기만 한 남편이 시집온 지 1달 쯤 되었을 때 산판일을 하다 발등을 심하게 다치게 되었고, 급기야 광주 큰 병원에 입원해 수술만 두 번을 받았다.
고단하고 힘든 한국 생활은 그녀에게 3년이 넘도록 부모를 만날 기회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저 앞만 보고 사는 뚜띠씨에게 어느 날 엄마가 한국으로 온다는 뜻밖의 연락이 왔다. 그리고 두 모녀는 부엌에서 같이 밥도 하고 간간히 절임배추공장에도 다니면서 꿈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엄마는 2월 초 베트남으로 떠난다. 엄마에게 필요한 선물을 주고 싶어 뚜띠씨는 요즘 절임배추공장을 다니며 돈을 번다.
뚜띠씨의 모녀 상봉을 주선한 해남 목련클럽 최해자 회장은 회원들의 자발적인 후원금으로 마련된 행사인데, 뚜띠씨의“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무척이나 보람된다고 말했다. 또 뚜띠씨 어머니를 해남으로 모시는 일에 함께해준 계곡중앙교회 여신도들을 비롯한 많은 사회단체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고향에서 시집오기 전까지 농사를 지어서인지 일도 잘하고 성실한 뚜띠씨는 해남의 겨울은 춥지만 해남사람들의 마음만큼은 너무도 따뜻하다고 말한다. 엄마와 따뜻한 겨울을 나고 있는 그녀에겐 양부모도 생겼다.
양부모가 된 법곡 이장 이영배(58)씨는“누구보다 성실하지만 의지할 곳 없는 뚜띠가 안타까워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가족회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뚜띠씨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엄마를 만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핀 뚜띠씨의 새해 소망은 남편의 건강 회복이다.
박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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