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기상이변으로 강한 태풍과 물난리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인명은 재천이라는 식의 소극적인 태도는 이제 금물이며 적극적으로 자연 재해에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대참사는 인간의 무지와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경우가 많다. 영화 속 한 장면을 본 듯한 일본 쓰나미가 올 여름 서울 한복판 우면산에서도 재현돼 가슴이 아팠다.
이제 좀 나이가 들고 보니 죽음이라는 단어가 문득 떠오르며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최고의 지상명령처럼 여겨진다. 자연 재앙처럼 개인의 건강도 미리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주에 미국 유타주 파크 씨티에서는 한․미 과학기술대회가 열렸다. 유전자 적중기술의 창시자로 2007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유타대 마리오 카페키 등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비롯한 과학기술인 1000여 명이 참석해 연구 분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과학기술 동향을 주고받았다.
이 대회에서 많은 과학자들은 최신의학인 생명공학, 바이오와 컴퓨터 기술과의 만남으로 난치병 치료 등에 대해 토의했다.
루크 리(한국명 이평세) 미국 UC버클리대 생명공학과 석좌교수는 질병진단 시스템과 의료시장을 바꿀 만한 성과와 장래 계획을 밝혔다. 이 교수는 생명과학과 공학을 접목한 바이오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교수이다. 그가 개발 중인 칩은 가로 세로 1~2인치에 불과 하지만 불과 몇 분 안에 에이즈바이러스(HIV)와 결핵은 물론 각종 암과 전염병까지 진단하도록 설계돼 있다. 꿈과 같은 이야기로만 들리지만 현실로 실현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피 한 방울만으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칩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나노과학과 의학을 접목해 실험실 하나 정도가 필요한 검사 시설을 칩 하나에 집약해 놓는 바이오칩(랩 온 어 칩)은 글로벌 핼스케어 시장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교수는 이런 칩을 휴대전화에 얹으면 환자는 어디에 있든 의사나 병원에 진단 정보를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이 모임에서 함돈희 하버드대 교수도 미래의 헬스케어 산업 특징은 예측해 예방하고, 병이 생겼을 경우 환자가 처방에 직접 참여하는 개인 맞춤형 의학인 ‘4p의학’을 통해 인류 숙제인 ‘암’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는 세포차원에서 유전자 차원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분자 수준의 연구를 통해서 인간에게 암을 일으키는 많은 원인들이 밝혀졌다. 암은 현대인의 4명중 1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질병이다. 따라서 그동안 축적된 암에 대한 연구 결과를 어떻게 예방과 치료에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실제로 암을 분자생물학적으로 밝히는 것은 암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서 새로운 접근 방법이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암에 대한 연구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다.
암 퇴치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암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다. 차선책으로는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종양 발생의 초기에 악성 진단계의 종양을 정확하게 찾는 것이다. 만약 암이 전이되기 전에 발견된다면, 이런 암은 수술이나 방사선 요법과 같은 국소 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그 예로 초기 악성 단계의 결장암(선종)은 비교적 적은 부위만을 절제함으로써 대개 완치가 가능하다. 발생 부위에만 국한되어 있는 초기 종양은 치료율이 90% 정도로 높다. 그러나 인접 조직이나 림프절로 암세포가 전이된 경우에는 생존율이 50% 정도로 감소하며, 전이된 결장암의 경우에는 생존율이 10% 미만으로 감소한다. 암의 조기 발견이야말로 이 질병의 완치를 결정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중 첫 노벨과학상 분야가 나온다면 아마 생명과학분야일 것이다”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처럼 한국인의 노벨과학상 수상을 기대해 본다. 나는 40후반에 시작한 만학의 과학도이다. 이 분야에 나의 꿈이 더 커간 것은 과학은 치료보다는 예방을 할 수 있다는 희망에서이다. 한국유전자 상담사창시자(Genetic Counselor)인 나는 덮어두었던 “재미있는 유전자 이야기”책의 개정 작업을 서둘러 본다.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암을 포함한 많은 질병이 생긴다. 인생을 사는 동안 암세포 유전인자가 발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3만5000개의 유전자 중에 겨우 2%만이 기능을 하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을 평화롭게 유지하고 환경에 잘 적응하고 식생활 등 생활방식을 바꾸고 건강을 위한 노력을 한다면 암을 이기고 무병장수로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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