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보약이다. 두미원 대표 김양숙(43)씨의 경영 철학이다. 올해로 6년째 장류 사업을 하고 있는 김씨는 100% 콩 원료에 물과 소금만 첨가해 전통 방법으로 장류를 빚어낸다. 김씨는 두륜산 봉우리 위로 둥실 뜬 달빛을 먹고 숙성되는 100여개의 항아리들을 볼 때면 마음마저 풍요롭고 안정이 된단다. 김씨가 처음부터 장류 사업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4명으로 출발했던 영농법인(장류)과 인연이 된 후 2005년에 항아리 10개로 시작했다.
“사업 초기에는 남편의 질책이 가장 힘이 들었는데, 지금 와 돌아보니 남편이 은인인 것 같아요. 성실하게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이 버틸 수 있는 큰 힘이었는데, 세상은 혼자 잘나서 사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김씨에게서 된장 같은 완숙미가 느껴진다.
서늘함과 땡볕이 교차돼야 과일의 당도가 오르듯 김씨에게도 시련이 있었다. 샘의 모터 과열로 집에 불이 나기도 했고, 1999년 7월엔 태풍 올가가 1200평 백합하우스를 쓸어버리기도 했다. 어쩌면 그런 시련이 오늘의 김씨를 만들었는지 모른다.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팔자라고 하지만 사업을 떠나 국산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는 것이 김씨의 지론이다. 김씨의 주력 품목은 된장과 고추장이다. 이 외에도 청국장과 간장, 그리고 변비에 효능이 있다는 청국장환도 생산하고 있다. 김씨의 제품은 인공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있다. 인공조미료에 길들여진 사람에게 김씨의 된장은 아무 맛도 주지 못한다. 그러나 과거 어머니의 손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에게 김씨의 된장은 그윽한 시골의 추억까지 선사한다.
김씨는 연구도 열심히 해 조리사자격증과 국가공인 농수산물가공 기술자격증까지 갖고 있다. 나주 쪽의 모 된장 회사가 공급 물량이 달리자 중국산 된장을 섞어 팔기도 하고, 시중에 유통되는 된장에 번데기를 섞어 팔기도 했다는데, 김씨는 천천히 가고 싶다고 말한다. 불꽃처럼 화려함 뒤에는 독이 있게 마련이고, 커지면 무너지기도 쉽다며, 계단을 밟듯이 하나하나 오르겠다고 했다.
두미원의 된장은 인터넷쇼핑몰, 해남농산물직판장, 축협매장을 통해 직거래된다. 대흥사 입구에 위치하다보니 관광객들이 진열된 옹기를 보고 들어와 구입하기도 하고, 이웃에 소개를 해주기도 한다.
친정어머니의 손재주와 시어머니의 뛰어난 음식 솜씨를 전수 받은 김씨는 한옥으로 민박집을 짓고 전통음식 체험장을 여는 게 꿈이다. 또한 아이들이 인공조미료에 길들여지기 전에 학교 급식을 통해 천연의 맛을 찾아주고 싶다는 것도 소망이다.
김씨는 음력 정월, 말의 기운이 상승하는 말날(午日)이 장담그기에 가장 좋은 날이라고 말한다.
박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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