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을 위해 집안에 모시는 성주 오가리와 지앙오가리를 지금껏 신앙시하는 집이 있다.
항아리에 쌀을 담아 조상에게 바치는 지앙 및 성주오가리를 지금껏 모시고 있는 집은 황산면 원호리 박문수(83)·문복림(82)씨 댁이다. 판사 남매와 판사 사위를 둔 집안으로 유명한 이 집은 자식이 잘 풀린 점도 모두 성주 및 지앙 오가리를 부부가 정성껏 모셔왔기 때문이라는 믿음도 있다.
이 집은 가택신앙 형식인 성주오가리와 지앙오가리를 안방 및 대청마루 선반 위에 모시고 있다.
이 댁의 지앙오가리는 시어머니 때부터 모셔오고 있는데 38세 때 돌아가진 할머니를 위해 60년째 안방 선반 위에 모시고 있고 대청마루 선반 위 성주 오가리는 문복림 할머니가 집안 조상을 위해 손수 모시기 시작했다고 한다.
성주오가리와 지앙오가리 안에는 조상에게 바치는 쌀이 소복이 들어있다. 박씨 부부는 첫 수확한 쌀을 오가리에 넣는데 이때 지켜야 할 것이 참 많다고 한다. 벼를 말릴 때도 쌀을 찧을 때도 좋은 날을 골라야하고 혹 벼를 말리고 있을 때 마을에 초상이라도 나면 얼른 벼를 덮은 후 다시 말린다는 것이다.
또 쌀을 찧어 오가리에 넣는 날은 부부가 목욕재계한 후 지극정성으로 담아야 하고 그 전의 쌀은 밥을 해서 집안 식구들만 나눠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혹 단지 안의 쌀은 좀처럼 변하지 않으나, 쌀이 변하게 되면 그 해가 좋지 않을 것이란 믿음도 가지고 있다.
이젠 나이가 들어 1년에 한번씩 오가리의 쌀을 바꿔준다는 게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지만 혹 집안에 무슨 탈이라도 날까봐 없애질 못한다.
그러나 20년 전에 40년 동안 사용했던 오가리는 바꿨다. 예전에 사용했던 성주오가리는 한말가량 쌀이 들어갈 정도로 컸고 지앙오가리도 쌀 서너되가 들어갈 크기였다. 그 큰 오가리에 쌀을 담뿍 담아 선반에 올리는 일이 너무 힘이 들어 부부는 점을 치는 사람에게 오가리를 바꿔도 되냐고 물었고 그래도 된다는 말을 들은 후 성주 오가리는 서너되, 지앙오가리는 한되반 분량의 쌀이 들어가는 크기로 바꿨단다.
자식들은 굳이 고생하며 왜 모시냐고 묻곤 하지만 박씨 부부는 그래도 이것 때문에 자식이 잘되고 집안이 평온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자식 중에 대를 이을 사람은 없지만 자신들이 살아있을 동안에는 모셔야 한다는 생각도 강하다.
한편 성주 및 지앙 오가리는 가택신앙으로 집이라는 한정된 생활공간에서 이뤄지는 제 형식이다. 주로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이어지는 여성 중심의 신앙으로, 무엇보다 자손들의 안녕과 번창을 기원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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