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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룻이라는 효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모압여인인 룻은 유대인 말룐과 결혼을 하고 모압에서 사는데 자식도 없이 남편이 일찍 죽습니다. 역시 홀로 되어 함께 살던 시어머니인 나오미는 유대땅으로 돌아가면서, 며느리 룻에게 친정에 돌아가 개가하여 평안함을 얻기를 원하지만 룻은 나오미를 모시고 이웃나라 유대 베들레헴으로 갑니다. 보리와 밀을 추수하는 시기여서 룻은 나오미의 허락을 받아 이삭 줍기를 나가는데, 우연히 보아스의 밭에 이르게 됩니다. 보아스는 룻의 효성에 호의를 보입니다.
시어머니 나오미는 룻에게 “내 딸아, 내가 너를 위하여 안식할 곳을 구하여 너로 복되게 하여야 하지 않겠느냐”며 보아스에게 청혼을 하도록 권하자 룻은 시모의 뜻대로 보아스에게 청혼합니다. 보아스는 적법한 절차를 밟아 룻과 결혼합니다. 룻은 남자아이를 낳는데, 여인들이 시모 나오미에게 “네 생명의 회복자며, 네 노년의 봉양자라 곧 너를 사랑하며 일곱 아들보다 귀한 자부가 낳은 자로다.”라며 축복합니다. 룻이 낳은 아이가 다윗왕의 할아버지입니다.
보아스가 룻의 청혼을 받아들이면서 룻을 ‘하일’한 여자로 안다는 말을 합니다.
‘하일’은 히브리어(이스라엘 옛말)로 ‘힘(있는)’이라는 말입니다. 구약을 헬라어(그리이스 옛말)로 번역한 셉투아진타(70인역)에서는 ‘뒤나메오스’로 번역하는데 이 단어도 다이나마이트와 같은 어원을 지닌 ‘힘센’이라는 의미입니다. 후에 제롬이 라틴어(이탈리아 옛말) virtutis(남자다운 품격의, 덕스러운, 힘센)로 번역합니다. 1000년후 영어로 번역하면서 버전에 따라 virtuous(덕스러운, 정절있는 여자다운), worthy(가치있는), noble(고상한), fine(좋은) 등이 됩니다. 우리말 성경에서는 현숙한, 어진, 슬기로운, 착한 등으로 번역했습니다. 히브리성경은 잠언 마지막에 ‘하일’한 여인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잠언 다음에 룻기를 배치했습니다. 잠언에 설명한 ‘하일’한 여인은 현숙하거나 어질거나 슬기롭거나 착하기보다는 능력있는 여인입니다. 요즘 같으면 커리어 우먼이면서도 가정도 완벽하게 꾸려가는 여인입니다. 그래서 여성신학에서는 이 구절을 부정적으로 다루기도 합니다.
히브리성경에 나오는 이상적인 여인들은 현숙하다기보다는 능력있는 여인들입니다. 고부간의 갈등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한 능력있는 여인이 바로 룻입니다. 룻은 외국인과 결혼합니다. 외국인과 결혼한다는 것은 문화, 언어, 종교 등이 다르기에 많은 경우 집안의 반대가 있고 그래서 상당한 용기나 강렬한 사랑을 필요로 합니다. 룻은 결혼 후 개종(종교를 바꾸는 것)했으며, 그녀는 새로운 종교에 매료됩니다. 홀로 되었지만 용기있고, 자애롭게 돌봐 주는 시어머니에 대한 안스러움과 더불어 새 종교의 땅을 그녀는 그리워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남편이 죽은 후 시어머니를 모시고 미지의 땅으로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게 됩니다. 남편은 죽고 자녀도 없었지만 그녀는 꿈과 희망 그리고 용기가 있었습니다. 인간에게 가장 큰 능력은 믿음과 사랑 그리고 꿈과 용기입니다. 지식이나 기술, 재산 등이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가장 큰 능력은 믿음과 사랑 그리고 꿈과 용기입니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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