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만2000여명인 일본 오이타현 유후시, 매년 400여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일본에서 가장 비싼 관광지이다. 산골마을이었던 유후시가 일약 일본 대표적인 관광지로 떠오른 것은 문화정책 때문이다. 크고 작은 미술관이 30여개,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전통공예품 가게도 즐비하다.
온천관광으로 유명한 뱃부시가 위락시설 중심으로 발전했다면 유후시는 문화정책으로 고급스런 지역이미지를 심어 성공한 지역이다.
유후시는 옛 역을 아트갤러리로 리모델링해 지역민과 외지인의 작품을 연중 전시한다. 나머지 미술관은 개인 또는 행정에서 운영한다.
지금은 문화와 감성의 시대라고 말한다. 위락시설 중심의 관광정책은 한계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문화정책, 문화는 지역민들의 문화수준을 높이고 지역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 올린다.
2003년 땅끝조각공원 내에 ㄱ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미술관이란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이 공간은 뜻있는 이들이 마련한 전시회 외에 연중 닫혀있는 공간이 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1년에 1회 정도 열릴까말까 하는 이곳 전시회에 숱한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땅끝의 한적한 공간에서 만나는 전시관, 외딴섬에서 우연히 접한 문화공간처럼 외지인들에게는 굉장히 인상 깊은 전시공간으로 기억되는 모양이다.
한번 전시회를 열 때마다 5000여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찾는 것을 보면 해남의 중심지인 문화예술회관 2층 전시관보다 오히려 관람객 수가 훨씬 많은 편이다.
다행히 지역 예술인들 중 이곳을 살리자는 움직임이 서서히 일고 있다. 현재 ㄱ미술관서 전시회를 여는 젊은 화가들도 이러한 뜻에서 시작했다.
땅끝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관광지이고 국민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관광지이다. 이젠 위락시설 중심인 땅끝에 문화를 심어야 한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땅끝ㄱ미술관은 활성화 될 수 있다.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수시로 전시하고 외지 작가들의 작품도 기획전시하면 된다.
물론 유명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면 더 좋겠지만 젊은 화가들의 실험적인 작품 공간으로 활용하면 더 뜻 깊은 공간으로 탄생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을 지역의 작가들에게 맡기면 된다. 현재 해남군은 지역에 문화를 심기위해 땅끝과 두륜산에 음악회를 열고 다양한 문화동아리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젠 그 문화영역을 미술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땅끝ㄱ미술관이라는 좋은 전시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는가.
땅끝ㄱ미술관이 상설미술관으로 태어나면 조각공원에 전시된 다양한 작품들도 살 수 있다.
2010년 6월에 문을 연 부산 수영구 광안동의 ‘대안공간 반디’는 목욕탕을 개조한 미술관이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웬만한 작가들이라면 반디에서 한번쯤 전시회를 열 정도로 이곳은 부산 엘리트 미술의 정점이 됐다. 일순 부산시가 우리나라 실험미술 도시로 태어난 것이다.
땅끝에 미술공간이 있다는 것은 해남의 문화 브랜드 가치가 상승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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