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기환(시인)


내 고향 해남에 가면 질그릇 속에
먼저 간 문인들이 살아 숨쉰 듯 하고
냉수 한 사발로 여름을 식히면
뼈마디가 쑤욱쑥 쑤시는 것도
시가 되어 쏟아진다
어디로 갈까
발길 닿는 곳 모두 시의 고향
비자림 속 녹우당에서 오우가나 들을거나 삼산 농협 논길로 논길로 접어들어
고정희 무덤에 가 소주 한 잔 뿌리고
처녀 시인 혼백이나 달랠거나
고정희 앞마을엔 김남주 생가도 있는데…… 그 샛길을 돌아
큰 길에 나서니 어성교 그 다리 밑
어성장어센터에서 여름을 쬐끔 식히다
화산에 들러 서울 사람 다 되어버린
윤금초 시인이나 불러내어
그의 시 「해남 나들이」를 읊으며
살모치나 잡자고 꼬셔볼까
내 고장 해남은 발길 닿는 곳마다
문인들이 배추밭에서 깻잎 속에서 맨드라미 속에서 시가 되어 고개를 내미는 쉼터
올 여름엔 해남 시인만이 숨겨놓은
시의 바다로 가자
고형렬, 김준태, 노향림, 민경대, 박건한, 박록담, 박문재, 박진호, 박진환, 윤재걸, 이지엽, 박성룡, 황지우, 신용선 시인들과 학동 김봉호(희곡)의 툇마루 밑에
숨겨놓은 가주를 훔쳐 내어
해남에서 작품 활동을 열심히 하는
문인들과 대흥사 입구 이동주 시비 앞에 모두 모여 해남 문인 만세 고향 노래 부르며 강강수월래도 하자
올 여름엔 해남 출신 문인들이 꽃씨가 되어 아름다움 온누리에 뿌리리니
반평생 섬사람들의 강인한 삶과 아름다운 모습을 시로 그린 명기환 시인은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솔로몬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69년 풀과 별 특집으로 시작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및 시화첩으로 ‘목포에 오면 섬에 가고 싶다’ 외 9권이 있다. 교직생활 38년째인 2005년 목포 덕인고등학교에서 정년퇴임을 한 뒤 대불대학교 강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문인협회 목포지부 고문과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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