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간 군민들에게 김국 향수 자극


찬바람이 부는 계절 정신적 허기에 시달리는 이들이라면 성내식당의 시원한 김국을 맛보라. 유년시절 할머니가 말아주던 김국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정신이 풍요로워진다.
인공 조미료는 물론 식초도 전혀 쓰지 않아 김 본연의 담백한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성내식당 김국. 이 맛에 취한 이들은 이 집의 본 메뉴보다 김국에 더 매료된다. 사장 최경애(65)씨의 단아한 한복에서 풍기는 고아한 분위기 또한 음식의 맛을 더욱 정갈하게 한다.
최 사장은 매년 12월이면 어란산 지주식 파래김을 구입한다. 1년 동안 쓸 분량은 6박스 정도로 구입과 함께 신문지에 두 번 세 번 싼 다음 냉장고에 보관하는데 무엇보다 원초가 좋아야 김국의 맛이 제대로 나온다고 강조한다.
최 사장은 그날 쓸 김을 새벽 5시에 출근해 굽는다. 지금은 가스레인지에 굽고 있지만 처음에는 연탄불에 구웠다고 한다.
김국은 짜장면 그릇 크기의 국그릇에 김 10장 정도를 손으로 비벼 넣고 6년 묵은 소금과 참깨, 참기름을 듬뿍 넣은 다음 정수한 얼음물을 부어주면 완성된다. 조리 과정은 간단하지만 그 맛은 아무나 흉내 낼 수가 없다.
성내식당의 김국은 술안주로도 사용되지만 주로 밥과 함께 상 위에 오른다. 적당히 구워 맛이 고소하며 특히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최 사장이 조리한 음식은 모두 가정식이다. 모든 장류를 40여년 숙성된 주부의 손맛으로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는데 최 사장은 한결 같음을 강조한다.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장아찌류 또한 모두 최 사장의 손을 거친 것들이다. 늘 한결 같아야 한다는 그의 철학 때문에 힘들어도 본인이 직접 한다고 한다.
최 사장은 38세 되던 해에 식당을 시작했다. 유복한 가정에서 힘든 일을 모르고 살았지만 자식들 뒷바라지를 위해서는 일을 시작해야 했다.
식당을 시작하면서 무언가 특색있는 음식이 필요했다. 어릴 적 할머니가 타주시던 김국이 생각났다. 오는 손님들에게 가정집 밥상에서 보던 김국의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27년 동안 김국을 말아오고 있다.
성내식당의 주 메뉴는 쇠고기육회, 쇠고기 샤브샤브, 소새끼보, 미자탕 등이다. 아롱사태를 이용한 쇠고기육회는 김장아찌에 기름장을 찍은 쇠고기회를 올린 다음 파를 송송 썬 양념장과 4년 된 묵은지를 올려서 먹으면 그 오묘한 맛에 입안에서 스르르 녹는다.
이 집의 별미인 미자탕은 특히 몸이 허해 식은땀을 자주 흘리는 사람에게 좋다. 남성들의 보양식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미자탕은 조리 과정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땀이 많은 여성들에게도 특효가 있다고 한다.
해남읍성 성벽 밑에 자리한 성내식당은 최사장의 단아한 모습과 함께 해남의 또 다른 맛집으로 자리를 잡았다.
박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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