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산면 감당마을 남쪽나라민박은 식물원이다. 간판 이름인 민박은 부업이고 정원용 조경수가 주업이다. 이 집 입구에 서면 헤벌쭉 웃는 옹기 항아리들이 먼저 반긴다. 그리고 마당에 들어서면 소사나무 분재가 항아리 위에서 느티나무 같은 폼으로 눈길을 끈다.
비닐 온실에 들어서자 사철보리수 삽목에 한창이던 문순연(53)씨가 사람 좋게 웃으며 맞이한다. 전국중학생축구대회 덕에 민박이 재미를 보았다는 부인 배회옥(48)씨 또한 넉넉한 웃음을 짓는다.
문씨 부부는 서울에서 피혁제품을 생산해 수출업체인 논노에 납품했었다. IMF 직전 인건비 상승으로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고단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낙향해 4대째 살아왔던 감당 마을에 터를 잡고 분재를 시작했다. 문씨의 작품들은 모두가 수작이었기 때문에 가격을 정하기도 힘든 실정인지라 모두 눈독을 들이지만, 실제 구매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문씨 부부는 분재를 차에 싣고 목포 등의 아파트 단지를 돌면서 일부를 처분했다.
문씨는 주력 종목을 바꿔 조경수 쪽으로 선회를 했다. 문씨의 80여 평 하우스엔 난대수종 중심의 돈나무, 먼나무, 붓나무, 후피향 등의 묘목이 들어서 있다. 밭 2000여 평엔 묘목으로 나가지 않은 소나무와 정원수들이 식재돼 있다.
문씨는 대신원예와 도자기 분재 공급계약을 맺었는데, 분재용으로 생산된 고급 도자기에 얹힌 분재는 품격부터 달라 그 전망이 밝단다.
볼거리 외에도 나무와 황토로 문씨가 직접 만든 민박집은 따뜻하고 훤한 느낌이 든다. 옹기 항아리를 절반으로 쪼개 외벽의 소재로 쓴 것도 다감하게 보인다. 방에 들어서면 은은한 솔향이 몸을 감싸고, 번뇌까지도 정화할 것만 같은 황토벽이 숨을 쉰다.
형광등의 전등갓으로 쓴 죽부인도 신선하다. 손님들의 반응은 따뜻하고 아늑하며, 아침에 일어나면 가뿐하다고 한단다. 부인 배씨는 스머프집 같이 생긴 황토집을 짓고 사는 것이 꿈이란다. 박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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