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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삶을 위협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더 강하고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듭니다. 상실의 위기가 오히려 삶의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 앞을 가로막는 어려움을 꿋꿋이 넘어설 때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어려움에서 자유롭게 되고 스스로 자라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흔히 난치병을 앓는 분들은 병보다는 병에 대한 두려움에 더 큰 고통을 느낍니다. 어려움은 분명 우리를 외롭게 하고 활동에 제약을 주고 두려운 마음과 무력감을 줍니다. 그러나 우리 안에 있는 생명력은 그 모든 것보다 더 강합니다. 인내를 가지고 견디면 어려움에 대처하는 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어려움이 우리에게 주는 축복입니다.
성서에는 히브리인들이 이집트에서의 노예생활을 벗고 자유인으로 바뀌어 가는 여정을 그린 출애굽기가 있습니다. 그 내용을 보완하고 강조한 책이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입니다. 즉 자유의 사용설명서입니다. 자유인의 자질과 권리, 책임과 의무에 대한 책입니다. 자유가 실제 생활에 적용되면서 일어나는 시행착오와 실패, 좌절과 방황, 반항 등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특히 자유를 포기하고 노예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의식주에 대한 위협이나 다른 위험요소들이 다가올 때면, 그들은 끊임없이 자유로부터 도피해 노예생활로 회귀하려는 노예근성을 나타냅니다. 왜냐하면 죄수나 노예는 얽매어 살지만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의식주를 보장받기 때문입니다.
자유권의 역사는 자유를 향한 인간의 희망과 속박에서 안정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욕구가 교차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독일은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그리고 선거를 통해 히틀러의 나치전체주의를 선택했습니다. 20세기에 태어난 이 노예제국의 불가사의를 에리히 프롬은 자유에서의 도피(Escape from Freedom)라는 책에서 해부합니다. 그는 독일 국민들이 패전에 따른 실업과 배상금, 물가고 등에서 오는 무력감과 고독, 위협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자유를 버리고 새로운 의존과 복종인 전체주의 쪽으로 도피했다고 진단했습니다. 2차 대전 후 각 나라들은 부당한 정부에 저항할 권리를 헌법에 담았습니다. 우리 헌법도 신체, 집회 결사, 언론 출판, 주거 이전, 종교, 양심 등 자유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는 반면에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 이외의 모든 것에 대한 사랑, 배려, 존중과 성실 등의 의무입니다.
만약 사랑이나 배려 존중이나 성실의 마음 없이 내 마음대로 행동하면, 이웃에게 해를 끼치거나 고통과 아픔을 주기 때문입니다. 노예근성은 의존과 미움, 교만과 경멸과 변덕입니다. 기초가 약한 건물은 재해에 무너집니다.
우리도 난관을 만날 때 당황하거나 두려워하게 됩니다. 노예근성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자유인의 자질을 키워나간다면 바로 그 어려움이 우리를 더 강인하게 하고 나아가 풍요로운 축복의 문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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