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기다림을 간직한 곳, 버스정류장. 그 시대를 살았더라면 누구나 간직할 만한 하나쯤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 버스정류장은 옛 시절 첫사랑처럼 설렘이 있는 곳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발길은 이어지지만 지난날의 옛 정취는 사라져가고 콘크리트 구조물 속에 각박한 현대사회를 대변하고 있는 버스정류장의 모습에 가슴 한편이 아련하게 저려온다.
하지만 겉모습은 현대화되었지만 그 안을 살펴보면 옛 시절 그대로 버스표를 끊어서 버스를 탄다.
황산면 남리정류장.
현재 박정자(61)씨가 운영하고 있는 남리정류장은 황산면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외지에 나가있는 아들·딸을 만나게 해주는 장소로 이용된다.
찾아간 남리 정류장은 시골마을 슈퍼마켓에 마련된 버스정류장 대합실에 버스시간표가 붙어있고 몇 개의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주인 박씨와 한 아주머니의 수다가 계속 이어진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들어와 표를 끊으면서 아주머니들 대화에 끼어든다.
“그건 그런 게 아니고…”
이들의 대화가 정확하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남편과 자식들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지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선거 이야기까지 이곳에서는 못할 말이 없다.
누구나 격이 없이 찾아와 물 한잔 마시고 갈 수 있는 곳이자 그 어떤 험한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헛웃음 한번으로 잊어버릴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원래 남리 민영건강원자리에 있던 정류장이 지금의 자리로 옮긴지 5년여가 지났다.
예전의 허름하고 담배 연기 자욱한 그런
버스정류장에서 현대
식 건물에 신식 냉장고와 기계들을 갖추고 있는 정류장으로 변모했지만, 지역민들에게는 아직까지도 옛 추억을 간직한 정류장으로 기억되고 있다. 남리정류장 박정자씨는 카메라를 들고 나타난 기자에게 “뭣하러 이런 데까지 취재하러 나왔을까? 보여줄 것도 없고 신기한 것도 없당께”라며 손사래를 쳤다.
버스표를 끊는 장면 자체가 신기한 요즘 시대에 신기할 것이 없다고 말하는 박씨에게서 남리정류장이 지역민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김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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