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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도마 위에 오른 박 군수의 오만
청산유수로 다른 사람에 대한 얘기가 여과 없이 줄줄 나온다. 궁금증에 목마른 이라면 귀를 기울일지도 모르겠다.
인격자라면 술자리 얘기와 공식적인 석상에서의 얘기를 구분할 줄 안다. 공인이라면 더욱 품위를 지켜 자신의 말을 아껴야 한다.
2010년 모 방송국의 9시 뉴스 파동에 이어 올해 불거진 칼 사건. 군민들로서는 망연자실할 일이다. 두 번의 경험으로도 부족했나. 두 번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많은 군민들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고 해남 사는 것 자체가 창피했다고 말했다.
언어란 그릇과 같다. 그 그릇 속에 내용물을 담는 것이다. 어떤 내용물이 담기느냐에 따라 그릇의 향기도 달라진다. 인간은 언어적 동물이기 때문에 언어를 주고받으며 소통하고 유대감을 형성한다.
지난 3일 군청 상황실에서 열린 화원주민들과의 간담회 자리였다. 공식적인 자리다. 그런데 박 군수는 군의회도, 기자도, 모 인사들의 이름도 여과 없이 거론했다. 공개적인 석상에서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아무런 배려 없이 호불호의 감정을 섞어 개개인에 대한 평을 내린 것이다.
사적인 술자리에서도 자신의 이름이 도마에 올랐다면 유쾌할 리 만무하다.
그런데 찬·반으로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 진영의 사람들에게 낱낱이 그 사람들의 언행을 공개해버렸다.
누구는 찬성파고, 누구는 반대만을 일삼는 반대파라는 발언, 모 군의원은 어떻고 모 이장은 어떻고, 모 인사는 어떻더라는 등의 걸러지지 않은 말들을 인내해야 하는 3시간의 간담회는 고문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긴 시간 동안 진행된 간담회이기도 했지만 끝까지 듣지 못하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사람들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간담회가 끝나고 수성송 아래에서는 찬·반 양측으로 갈린 사람들끼리 고성이 오갔다. 군수가 불을 지펴놓은 결과다.
이날 박 군수는 화력발전소 유치를 강력히 희망했다. 해남군을 위한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이해한다.
그러나 박 군수의 설명이 타당성을 얻으려면 해야 될 말과 하지 말았어야 할 말들을 구분했어야 했다. 언어는 그릇이다. 역으로 그릇의 향기가 내용물을 규정하기도 한다.
민주주의란 서로의 입장을 존중했을 때 성립되는 것이다. 자신과 입장을 달리한다고 위압적인 태도로 억누르려고 해서는 안 된다.
군수는 군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군민을 위해서 존재한다. 주민들은 모처럼 군수를 만나 자신들의 처지와 입장을 하소연하고 군수로부터 해결책을 들으려고 했을 것이다. 두 번의 막말 사태 이후 군수가 언행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반가운 소리였다. 그러나 또 터졌다.
사람들은 군수 만나기가 무섭다고 말한다. 믿고 한 말을 여과 없이 흘려보내는 군수인데 과연 무슨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인가를 묻는다.
이날 군수가 여과 없이 내뱉은 말로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다. 이름이 거론된 군의원은 항의에 시달렸고 기자들은 일거에 찬성론자로 낙인 찍혔다.
입장을 밝히지도 않은 군의회도 찬성파가 됐고 모 정당은 억지만 쓰는 당으로 전락했다. 어디 그뿐인가 거론된 몇몇 인사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론자로 이름을 떨치게 됐으니 말이다.
과연 군민들의 수준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오만이 아니라면 그토록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할 수 있을까. 본인을 개인이라 생각하는가. 수장이라 어떤 발언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술자리 안주로 쓰기에도 너무나 씁쓸하다.
해남우리신문
wonmok76@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