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을 떠 올리며
여기 흘러온 사람들
상처도 지고 나면 꽃잎으로 아문다고
이별을 말하기보다 가슴에 풀씨 묻는다.
어둡고 긴 터널 속
또 다시 가야 하지만
고통의 질긴 그림자 이곳에선 엷어지고
낯이 선 얼굴들 모여
묵은 시름 덜어낸다.
바다가 깨어나면 순례도 막을 내리는가
새로운 길을 안고 돌아가는 걸음마다
가슴엔
해송 한 그루
파도마저 옮겨 심는다
떠나간 저 물결, 남기고 간 언약은
해안을 파고들며 사래질 끝이 없어
절망을 삼킨 바다만 멍이 들어 철석인다.
곽지원 시인. 경북 고령 출신. 2000년 대한매일 신춘문예에 시조<초당기행>이 당선. 한국 시낭송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리운 마을 땅끝>은 2003년 제1회 해남사랑시문학상 당선작이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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