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에 와서야
비로소 열리는 한 꿈을 보았네
식어버린 열망 아래
새로이 일어나는 뜨거운 울음을 보았네
타오르는 붉은 노래로 온몸 불사르며
스스로 떠나는 처연한 노을의
아름다운 소멸을 보았네
사라지는 저문 공간의
큰 충만을 보았네
그러하네
눈부신 용서와
살가운 화해의 마당이었네
땅끝, 수평선마저 불타오르고
물기 안은 바람까지 고루 어루만지듯
크나큰 몸짓으로 출렁이는 물결 너머
창백하게 메마른 내 삶의 지평에
쓸쓸한 허기와 고단한 일상에
한 줄기 바람이라도 넉넉히 흐르게
하여야겠네
노을 물든 뜨거운 바람 가슴에 담아가
누군가의 가슴 데울 수 있는
작은 불씨라도 되어야겠네
땅끝 마을, 그 끝에 기대어
새롭게 타오르는 희망 같은 기대를
벅찬 사랑으로 열리는
환한 길을 보았네
김은숙 시인, 충북 청주 출생. 충북대학교, 인하대 대학원 졸업. 1996년 <오늘의 문학> 신인작품상 수상. 시집으로 ‘그대에게 가는 길’, ‘아름다운 소멸’ 등이 있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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