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적으로 향유하고 있는 자연경관과 환경생태계는 조상님들로부터 물려받은 신성불가침의 자산이다.
그리고 우리 후손들이 두고두고 누려야 할 유무형의 자산이다.
그래서 우리가 후손들로부터 잠시 빌려 쓰고 있는 것일 뿐이다.
마치, 우리 선조들이 당대의 우리들을 위해 이 소중한 산내들(산과 강과 들)과 바다를 소중히 가꾸고 이용하다가 우리들에게 물려준 것처럼, 당대의 우리들 역시 고이 다듬고 갈무리한 다음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이러한 신성불가침(神聖不可侵)의 자연 순환관계를 서슴없이 무너뜨리는 세력들이 대명천지에 활보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중앙과 지방을 막론하고 언로의 요로를 장악하고 있는 토건(토목 건설)족들이 그 대표이다.
얼굴에 밝고 환한 미소를 띠고 갖가지 가면을 쓰고 백성들 현장 속으로 파고든다.
개발, 건설, 경제, 소득, 세수입, 복지, 교육을 위해 어쩌고 저쩌고 하겠다며 막개발과 난개발의 탈춤을 마구 추어댄다.
그리고 떡고물들을 춥고 배고픈 어린 백성들에게도 조금 나눠준다. 미끼에 넘어간 바람잡이, 풍각쟁이들이 더 설치기도 한다.
이들이 자연생태계와 경관을 파헤칠 때마다 경제개발이라는 미명의 깃발은 나부낀다.
조상들께는 물론 후손들에게까지 돌이킬 수 없는 파괴행위를 서슴없이 자행하면서도 그것이 개발이요 발전이라고 주장한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발전인지 분간도 못하는 주제들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그렇게 해서 MB 정부 단 2년반만에 우리 겨레와 국토의 젖줄인 4대강이 파헤쳐졌고 장차 그로인해 닥쳐올 대재앙, 대자연의 반격과 보복에 애잔한 서민들과 후손들만 전전긍긍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지리산 서남쪽의 호남지역은 지난 반세기의 박정희식 개발시대(開發時代)에 정치적으로 소외되다보니, 전화위복으로 하늘과 조상들이 내려준 환경생태계와 자연경관을 비교적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다.
범지구적으로 그것이 인류의 최고 가치요 장차 삶의 보고(寶庫)이며 소득창출의 기회로 떠오르고 있는 21세기에 이르러 되돌아보니, 지난날의 차별과 푸대접의 세월동안 도리어 오늘과 내일의 우리를 위한 ‘축복의 땅’으로 남겨진 것이다.
남도의 산하는 ‘버려진 땅’이 아니라 ‘아껴둔 땅’이 된 것이다. 청정 전라남도의 이미지는 이제 세계적 인류자산으로까지 회자되기에 이르렀다.
사람들이 대자연과 어울려 구김살 없는 생업을 유지하면서도 남도 특유의 친환경농산물과 문화와 예술을 창조하는 명인, 명품, 명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남도 사람들은 개발의 후폭풍으로 고통 받고 있는 서울, 부산, 대구, 월성 고리 지역의 위험 등을 바라보면서 부안 핵폐기장 주민반대를 응원하고 영광원전의 가동상태를 예의 주목하여 왔다.
그런데 요즘 남도 땅에 돌연변이 현상이 일어났다.
그것도 마지막까지 아껴두었다는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만당한 하늘이 내린 무오염의 청정해남 땅에서 세계 제2 이산화탄소(온실가스) 배출국 중국의 검은 석탄․LNG․화력발전 자본이 갖은 떡고물과 미끼를 내밀며 어마어마한 크기의 화력발전소를 그것도 진도와 이웃한 화원 땅에 짓겠다는 것이다.
이미 해남군 자치단체는 그 달콤한 개발의 유혹에 사로잡힌 모양이다.
세수(稅收)가 늘고 일자리와 주민소득, 교육복지 혜택을 주겠다는 환경투기개발세력의 상투적인 제안을 되뇌며 우리도 ‘잘 살아보세’라고 거품 물고 떠드는 앞잡이들마저 생겨난 모양이다.
이미 타 지역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주민들이 갈라지고 편싸움이 시작될지 모른다.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자립도를 내세우며 ‘공해 없는’ 화력발전소를 공약으로 내세울 것이다.
이 지구상 어디에 공해 없는 화력발전소가 있다는 말인가!
총 설비용량 5천메가와트의 유연탄 및 LNG 복합화력발전소가 공해, 분진, 농업피해와 환경오염, 수자원 생태계 파괴 없이 가능하단 말을 대명천지에 믿을 사람이 그 누구인가.
사람은 아는 것만큼 보이고, 믿고 싶은 만큼 안다고 한다.
지금 해남지역의 공론을 이끌고 있는 지자체, 경제, 시민 환경 농민단체, 동네 이장, 부녀회장, 노인회장 등 지도자들은 앞으로 해남의 역사와 환경생태계를 자기 당대의 이해를 떠나 장차 오고 또 올 당신들의 후손들의 입장에서 냉철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토목건설만 최고로 아는 CEO와 그에 종속된 관리나 이방 서리 그리고 자기 이익이 직접 관련 있는 특정한 땅부자나 선출직 지도자들의 감언이설의 설득을 단호히 뿌리쳤던 부안 주민들의 슬기와 용기를 따라 배워야 한다.
아무리 토건․개발세력들의 말이 달콤하더라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지구상에 석탄 화력 복합 발전소를 끌어들여 그 과정에서 재미를 본 몇몇 검은 손들은 있었을지언정 진정으로 주민들의 삶이 향상되고 잘살게 된 곳은 한 곳도 없다.
예전엔 문전옥답과 명당 명산을 훼손하거나 동네 당산나무를 해코지만 하여도 주민들이 분기하여 곤장을 쳐 쫓아내거나 생매장하였다.
하물며 해남 천지를 더럽히고 오염시킬 중국 석탄 LNG 복합화력발전소를 끌어들이려는 검은 세력들은 과연 누가 참(斬)할까.
20세기까지는 한반도 육지의 ‘땅끝’이었던 해남이 새 시대를 맞아 바야흐로 한반도 최선두(땅머리)의 약속의 땅이 되어가는 이 중차대한 시점에 최악의 굴뚝산업시설로 청정 해남을 검은 땅으로 만들려는 어둠의 세력들에 대하여 남도의 의향(義鄕) 문향(文鄕), 해남의 농어민, 군민, 지성들이 일차적으로 앞장서 막아내기 바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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