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남고 1학년 진수인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 자신의 권리가 있음에도 이를 주장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법률 또한 보호해 주지 못한다는 법률의 원칙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만큼 많은 일이 일어나는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권리에 대한 주장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구석에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가 아닌 권리 ‘옆에 잠들어야만 하는 자’가 있다. 바로 자신의 권리가 있지만 처해진 현실 때문에 그것을 주장하지 못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다. 이 책은 그들 중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에 대한 고통을 담았다.
직원을 구해주지 않아 두 명이 넓은 감자탕 집에서 일을 해야만 하며, 그렇게 어렵사리 구한 일터에서 여자들은 식당 아줌마이자 식구들의 다음 날 아침을 걱정하는 애잔한 어머니이기도 하며 손님의 가십거리가 되기도 하고, 사장의 심부름꾼이 되어야 하기도 한다.
그리고 난로 공장의 용역들은 매일 보는 얼굴일지라도 말 한 마디 없이 기계처럼 정해진 일을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동안 해야 한다. 마치 인간이 만든 기계에 인간이 조종당하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이다.
세상의 온갖 비정규직이 다 모여 있다는 대형마트라는 작은 ‘링’ 안에서는 목청껏 손님을 부르며 호객행위를 하는 등 끊임없는 ‘경쟁’을 해야 한다.
또한, 돈을 벌고자 낯선 타국으로 날아온 외국인 노동자에게 이 동쪽의 작은 나라는 그리 따스하지 않다. 그들을 악착같이 잡아내 본국으로 보내려 하며, 인간이 가지는 기본 권리조차 보장해 주려 하지 않는다. 이런 모습들은 아직 어린 내게는 낯선 세상의 차가운 모습이었지만, 곧 ‘진짜’ 세상이기도 했다.
사실 나는 작년부터 뉴스에서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한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그것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고 나도 이제 내 미래를 생각해야 할 시기가 왔다. 오만했던 무관심은 곧 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희망과 현실의 틈새에서 그들은 먹여 살려야 할 가족들이 있어서, 무능력해서, 겁이 많고 나이가 많아서 많은 권리를 포기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그들의 권리를 포기하며 힘들게 일해야만 하는가. 이 물음에서 중요한 것은 이들이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궁극적인 원인이 자아실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부의 궁핍. 즉, 돈이 없어서이다.
이러한 가난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시급이 4천원밖에 안 되는 그들에게는 벗어나기 힘든 굴레이다. 고로 이것은 대물림 될 수밖에 없다. 끊임없는 경쟁을 요구하는 이 사회에서 그들의 자녀들은 또 다시 시급 사천원짜리 일을 해야 하고 기본적인 복지 혜택조차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
마지막 장을 넘긴 후, 그들에게는 시급 사천원짜리 삶만이 남을 뿐 밝은 미래와 희망은 남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또한, 이것은 20대가 멀지 않은 나에게는 어렵고 추상적인 사실이 아니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알았으며 그 속에서 가난의 대물림을 보았고, ‘가지지 못한 자’의 설움을 느꼈다.
혹시나 내 작은 마음이 전해질 수 있다면, 그들의 고된 노동의 값어치는 작지만 책을 통해 느낀 그들의 삶의 자세는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사는 삶이었고, 멋있는 삶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시들어버린 청춘을 위해 내가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기적일지도 모르겠지만 책 속의 세상과 우리 세대의 세상은 달랐으면 좋겠다. 세상은 그리 춥고 어두운 부분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은 알고 있기에, 우리의 세상은 그리 춥지 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내일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만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세상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가볍지 않은 믿음과 무겁지 않은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소원해 본다. 청
춘들이 옳은 길을 걸어 능동적이고 행복한 인생을 살기를. 걸어간 길 끝의 삶이 끝나갈 때 쯤, 누군가 우리에게 얼마짜리 인생을 살았는가 하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 왔는가로 답할 수 있기를.
해남우리신문
wonmok76@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