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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록(한국전쟁 해남군유족회 회장)
한국전쟁을 전후해 이승만은 자신의 정권연장을 위해 100만의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했다. 우리고장 해남도 예외일수는 없었다. 해남에선 부역혐의자 민간인희생사건과 나주경찰부대사건, 보도연맹사건 등 희생자 수가 1000여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조사 결정한 수만도 300여명에 이른다.
나주경찰부대사건이란 1950년 7월 25일 나주경찰부대소속 경찰 200여명이 인민군으로 위장해 해남과 완도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한 사건으로, 한국전쟁전후 발생한 민간인 희생 사건 중 엽기적인 사건으로 학계에서도 평가하고 있다.
지난 2월 10일 서울 중앙지법 제6민사부(재판장 정일현 판사외 2인)에서는 의미 있는 판결이 내려졌다. 한국전쟁을 전후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빨갱이 가족이라는 누명까지 쓰며 서럽게 살아온 유족들에게 국가는 그에 상응한 손해배상과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한 것이다. 나주경찰부대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청구소송결과이다.
판결금액도 다른 지역 사건에 비해 갑절수준이다. 권위주의 시절 여러 유형의 사건들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지만, 이 판결이 사법부의 전향적인 태도인지, 담당재판부의 용기 있는 판결인지는 알 수 없다.
국가는 다시 항소할 것이며 대법원의 확정판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울산보도연맹사건과 오창 보도연맹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됐으나 담당재판부에서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선고를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주경찰부대 사건도 일부유족만 재판에 참여했다. 나머지 다수의 유족과 부역혐의 민간인 희생사건 유족들은 공소시효를 놓치고 말았다. 그 이유는 그동안 진행돼 온 민간인 희생자 사건 소송이 연이어 패소하면서 유족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민간인 희생사건 소송이 승소를 거듭하고 있다.
사법부는 아직까지도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사건을 진실화해위원회 결정시기를 기준으로 한다는 논리이다. 이 부분은 학계나 법조계에서도 논란의 대상이다. 그것은 60여년을 힘들게 살아온 유족들을 또 한 번 울리는 일이다.
국가는 하루빨리 특별법을 제정해 과거사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들도 과거사문제를 모두 정리했다. 유독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만 과거사문제를 은폐 또는 왜곡하려한다.
이제 국가는 더 망설일 이유가 없다. 60여년 전 억울하게 목숨을 잃고 아직까지 해원하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도는 100만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과거사문제는 여와 야가 있을 수 없으며,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하루빨리 과거사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 길이 국민화합으로 가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다.
왜냐하면 국민의 20% 가까운 숫자가 한국전쟁희생자와 핏줄로 얽혀져 있기 때문이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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