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붉은 것
피를 토하며 매달리는 간절한 고통 같은 것
어떤 격렬한 열망이 이 겨울 꽃을 피우게 하는지
내 욕망의 그늘에도 동백이 숨어 피고 지고 있겠지
지는 것들이 길위에 누워 꽃길을 만드는 구나
동백의 숲에서는 꽃의 무상함도 일별해야 했으나
견딜 수 없는 몸의 무게로 무너져 내린 동백을 보는 일이란
곤두박질한 주검의 속살을 기웃거리는 일 같아서
두 눈은 동백 너머 푸른 바다 더듬이를 곤두세운다
옛날은 이렇게도 끈질기구나
동백을 보러갔던 건
거기 내안의 동백을 부리고자 했던 것
동백의 숲을 되짚어 나오네
부리지 못한 동백꽃송이 내 진창의 바닥에 떨어지네
무수한 칼날을 들어 동백의 가지를 치고 또 친들
나를 아예 죽고 죽이지 않은들
저 동백 다시 피어나지 않겠는가
동백의 숲을 되짚어 나오네
부리지 못한 동백꽃송이 내 진창의 바닥에 피어나네
박남준 시인. 1957년 법성포 출생. 전주대 영문과 졸업. 1984년 『시인』 제2집에 「할메는 꽃신 신고 사랑노래 부르다가」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세상의 길가에 나무가 되어’, ‘풀여치의 노래’,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등 다수.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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