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재(환경교통과 환경미화담당)


쓰레기를 불법 투기한 주민들을 72명이나 적발하면서 환경미화업무 담당자로서 착잡한 마음이 든다. 각종 언론매체와 홍보를 통해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배출해 달라는 홍보를 헤아릴 수 없이 해왔고 수시로 투기단속을 펼쳐 온지도 18년이나 되었다. 쓰레기는 종량제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알고 있다.
이번 1월 말 쓰레기매립장에 반입되는 쓰레기를 길호리 주민들과 함께 분석해 보았다. 개인이 쓸 수 없는 공공용봉투에 상가나 가정쓰레기를 담아 배출하고, 대형 병원과 대형 상가에서는 쓰레기 종량제봉투 위에다 초과분의 쓰레기를 밧줄로 묶어서 배출하고, 재활용품에 생활쓰레기를 넣어 배출하는 등 불법 쓰레기 투성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쓰레기 종량제 실시 근본이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돼 올 2월 초 들어 쓰레기 투기단속을 시작했다.
또 해남읍 시가지를 돌며 매일 가두방송과 마을 방송을 실시했고 투기방지 현수막을 30개소에 설치했으며 상가에 대한 개별방문 홍보까지 실시했다. 처음에는 33건의 쓰레기 투기자를 적발하고 잠시 추이를 지켜봤다.
투기 쓰레기에 단속 스티커를 붙이고 투기장소에 현수막을 설치했는데도 다음날에는 어김없이 불법 쓰레기가 늘어나 있었다. 쓰레기 투기단속을 지속하면서 지금까지 적발자는 무려 72명에 이른다. 투기자들을 알아보니 해남읍 사회에서 어느 정도 알려진 분들이 다수였다. 물론 행정에서 투기방지 홍보를 더 기울여야 했다고 일부 항의도 있지만 진정 우리의 바람인 “노블리스 오블리제(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공공정신, 지도층의 솔선수범과 모범)”는 언제나 이행될지 궁금하다.
20ℓ 쓰레기 종량제봉투는 한 장에 430원이며, 일반 가정에서는 5~7일정도 사용할 수 있는 크기이다. 한 달에 2000원 정도면 된다. 이쯤 되면 돈이 아니라 의식의 문제라고 본다. 민원만 제기하면 투기 쓰레기는 언제나 치워준다는 주민인식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군의 불법투기 쓰레기 미 수거에 대해 군민들의 불편도 있었지만, 많은 군민들이 쓰레기 분리배출 의무에 대해 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강력한 단속이 필요함에 동의를 보낸 분이 많다. 앞으로는 쓰레기 투기에 대한 단속을 연중 실시하고, 학교와 노인회관 등을 중심으로 홍보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우리는 한 울타리, 지역공동체에서 같이 사는 이웃이다. 나에게는 작은 쓰레기 투기가 사회적으로는 많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우리 어린 학생들이 투기된 쓰레기를 매일 본다. 기초질서 이행은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 행정은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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