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아침 일찍 우리는 순천 송광사를 향해 출발했다.
다비식! 가끔은 들어보기는 했어도 어떻게 무슨 의미로 무슨 의식인지도 모르고 그냥 길을 나섰다.
11시에 다비식이라 해서 일찍 출발은 했고, 물어서 물어서 찾은 송광사는 가야산 자락에 늘 그랬던 것처럼 그곳에 그대로 있었다.
어느덧 다비 시간. 몇 분이 지났을까 가사로 덮여진 법정스님의 모습이 상좌 스님들에 의해 나타났다. 그곳에 모인 모든 이들은 하나가 된 듯 다비장으로 향했다
어느 불자는 가슴에 손을 얹고 어떤 이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외치며 그곳에 모인 모든 이들은 아무 욕심 없이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20분정도 걸어 올라갔을까. 커다란 편백나무와 곧게 뻗은 소나무가 있는 곳에 다비장이 준비돼 있었다.
장작을 모으고 다비식은 엄숙하기만 했다.
법구는 장작더미가 쌓인 인화대 위에 모셔진 후 다시 참나무로 덮였고 이어 11시41분 스님 9명이 장작에 불을 붙이는 거화(炬火)의식을 거행했다. 기다란 대나무로 만든 거화(炬火)봉을 든 스님 9명이 인화대 주변에 둘러섰다.
굵직한 참나무 장작 위로 스님들이 일제히 거화봉을 대는 순간, 조계산 언덕에 모여든 1만5000여 추모객 사이에서는“스님 나오세요, 불 들어갑니다”“스님 뜨겁습니다, 빨리 나오세요”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점화되는 순간, 장작 위에서는 시뻘건 불길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고 거화봉은 불길에‘탁,탁’하는 큰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며 이 모습을 지켜보던 불자들은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반야심경, 신묘장구대 다라니경 등을 염송하며 눈물을 흘렸다.
인화대 주변에서 무념무상의 표정을 유지하던 스님들도 그 순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무소유의 가르침을 전하고 실천한 법정스님이 13일 오전 11시41분, 순천 송광사 전통 다비장에서 거센 불길 속에 마지막 길을 떠나는 순간이었다.
“스님 불들어갑니다. 어서 나오세요”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과 교훈을 그리고 자신을 보는 마음.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교훈을 주신 그분.
우리 해남 우수영 선두리가 고향이신, 그래서 명량의 후예로서 많은 국민들에게 존경을 받았던 그분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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