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3월 10일, 경칩이 4일이 지났는데도 전국에 폭설 주의보가 내리고 따뜻한 남쪽나라 해남에도 밤새 눈이 내려 하얗게 쌓였다.
창 밖에 철 잃은 하얀 눈을 바라보면서 엊그제 몇몇 입후보자로부터 받은 명함을 떠올리며 생뚱맞게 제비가 언제나 돌아오려나 생각해 본다.
중국 당나라 때 선사로 우리에게‘일일부작이면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하라. 하루 일하지 않은 날은 하루 먹지도 말아라’로 잘 알려진 백장회해(百丈懷海.749-814)선사가 법문을 할 때마다 낯선 노인이 법당 뒤에 서서 열심히 듣고 있었다. 하루는 백장선사가“그대는 대체 누구인가”고 물었다. 노인이 대답하기를 “저는 실은 사람이 아닙니다. 저 옛날 제가 가섭존자 시절에 방장으로 있을 때, 한 학인이 나에게 묻기를‘깨달은 사람도 복을 받고 벌을 받는 인과의 법칙을 따릅니까? 라고 묻기에‘그런 사람은 인과의 법칙에 떨어지지 않는다’ 고 잘못 대답한 결과로 500세 동안 여우의 몸이 돼 살고 있습니다. 원하옵건대 화상께서 바르게 인도해 주시어 여우의 몸을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그러서 백장선사가 노인에게 그때 학인이 물었던 대로 질문을 다시해 보라고 하였다. 노인이 그대로 되풀이 질문하니 선사가 “깨달은 사람은 인과의 법칙에 어둡지(모르지)않느니라”하고 대답해 주었다.
노인은“이제야 잘못 대답한 뜻을 깨우쳐서 여우의 몸을 벗어나게 되었습니다”며 절을 올리고 사라졌다.
그 후에 선방에서 학인들이 참선공부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제비들의‘지지배배, 지지배배’지저귐이 시끄러워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방장스님께 말씀드리니, 방장스님께서 학인들을 모아놓고 말씀하셨다.
“논어 위정편에‘지지위지지(知之爲知之) 부지위부지(不知爲不知) 시지야(是知也)’라.‘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니라’하였다.
말 한마디 잘못에 여우의 몸을 받았던 노인이 여우의 몸을 벗고 제비가 되어 너희들에게,‘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를 설하여 주고 있는데 너희들은 그 소리를 ‘지지배배’로 듣고 있는 것이니라. 그 뜻을 새겨 말 한마디라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느니라”고 일러 주셨다.
선거의 시즌, 입후보자들이야 당선을 위해서라면 지지배배 지지배배 무슨 공약인들 입에 담지 않을 것인가, 다만 유권자인 우리들이‘지지배배’를 잘 새겨들어야 할 일이다.
어서 빨리 제비가 돌아와 때 늦은 추위를 날려 보내고 우매한 우리들을 일깨워 줬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