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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 버스정류장에서 강냉이를 나눠먹는 노인들의 모습은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순박했던 옛 풍경이었다.
하지만 외딴 시골도 버스터미널에서 주민들이 오순도순 모여 앉아 사소한 가정 대소사로 이야기꽃을 피우던 모습은 낯선 광경이 돼버렸다.
현산면 월송버스터미널에서 26년 간 버스표를 끊어주며 월송 지역민들의 든든한 벗이 돼 왔던 강승환(64)씨에게도 북적북적하게 사람들이 오가던 모습은 옛 추억이 된지 오래다.
한 때 하루 300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월송터미널을 이용했다던 강씨는 이젠 하루 20여명 안팎의 손님들만이 띄엄띄엄 터미널을 찾고 있어 너무나 한적하고 쓸쓸하기 그지없다고 푸념한다.월송터미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버스표와 더 이상 손님이 아니라 한 가족 같은 느낌이 드는 주민들이 눈에 들어온다.
읍내 병원이나 미용실, 각종 생활 용품을 사기 위해 월송터미널을 찾는 주민들은 26년을 강씨와 함께 생활하다 보니 모두가 일가친척과 같은 느낌이 든단다.
그렇기 때문일까. 이곳 버스터미널에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도 많다.
300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사용하던 시절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버스터미널을 찾다보니 잃어버린 물건도 많고 물건을 놓고 버스에 올라타 버린 일도 종종 발생했지만 언제나 강씨가 이 모든 일들을 해결하고 나선다.
왜냐하면 물건 하나하나가 누구의 것인지 한 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강씨는“터미널을 찾는 손님들의 얼굴만 보면 행선지가 어딘지 알 수 있을 만큼 지역 주민들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나 길기 때문에 간혹 물건을 놓고 가는 주민들이 있지만 항상 제 주인에게 찾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6년처럼 앞으로 26년은 더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강씨에게서 옛 영화는 사라졌지만 추억은 간직한 채 살아가는 우리네 소박한 서민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김희중 기자/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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