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예리(해남공고 졸업생)


지난 여름의 일이니 취업 나온 지 벌써 8개월이 되어 간다. 빨리 취업하고 싶어 안달을 했던 마음과는 달리 정작 떠나는 날은 참 많이 슬펐다.
엄만 날 부등켜 안고 하염없이 우시고 아빠는 말없이 나의 뒷모습만 지켜보셨다. 그렇게 해남을 떠나 왔는데….
처음 도착한 회사는 마치 환상 속의 도시 같았다. 우리 회사 사람들만이 탈 수 있는 버스만도 무려 800대가 있고 사내에서도 버스를 타고 움직여야 되니 놀랄만 하지 않은가? 이렇게 크고 일하는 환경이 소문나게 좋은 곳으로 취업을 한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특성화고 졸업생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복으로 학교에 감사드릴 뿐이다.
방진복 같은 걸 입고 뭔가를 한다는 막연한 짐작뿐 나는 도대체 이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 사내엔 신입사원들이 교육받는 장소가 따로 있는데(CDI) 보통 3주에서 한 달간의 교육을 받고 일할 곳을 배치 받는다. 반도체가 있는 곳은 기흥, 화성, 천안 온양에 있으며 내가 근무하게 된 곳은 화성 반도체 였다. 나는 NRD 운영그룹에 배치되었다.  
4조 3교대로 하루에 8시간씩, 6일 근무를 하고 이틀씩 휴무를 가지며 연봉은 약 2600만원 정도이다. 나는 방진복, 방진화, 방진모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산라인에 들어가 핸드폰이나 디지털카메라에 들어가는 칩(CIP)을 만든다. 보안문제 때문에 일반사람들은 출입이 통제되고 직원들은 지급받은 IC카드로 출입하게 된다.
식당에서 먹는 밥은 고급스러운데 3끼를 무료로 주기 때문에 돈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식당만도 4군데나 있는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고 층별로 한식, 양식 등 취향에 따라 고루 즐길 수가 있다. 밖에 자주 나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병원, 은행, 작은 백화점, 버스표와 기차표 예매소가 다 갖춰져 있어 생활이 너무 편리하다.
주변 환경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입이 떡 벌어진다. 가는 곳마다 예쁜 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군데군데 호숫가에는 앙증맞은 물고기들이 한가롭게 헤엄치고 있어 사내는 마치 공원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기숙사 건물은 자세히는 세어 보지 못했지만 10개 동이 넘고 지하실에 즐비한 각종 시설은 동호회 회원들이 주로 활용한다.
기숙사 안에는 세탁소, 미용실, 택배, 노래방, 오락실 등 시간에 쫓겨 사는 바쁜 사람들을 위해 싸고 깔끔한 각종 편의시설이 두루 갖추어져 있다.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온 지 8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사내에서도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나 많다.
와, 정말 자랑을 늘어놓을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렇게 사원들을 배려해주는 회사가 어디에 또 있으랴. 착실하게 일을 배워 이 회사에서 오래오래 근무하고 싶을 뿐이다. 이렇게 좋은 곳으로 취업을 하게 해준 학교와 담임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리고 부모님께는 걱정 말라는 말씀도 전하고 싶다.
내가 이 회사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성실하게 그리고 회사를 사랑하며 일을 하는 것이다.
더불어 취업 준비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을 하며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 미래의 자신을 위한 투자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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