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 열사흘 달빛이 하도나 고와
밤새 뒤척이다
뒤척이다 얼풋 잠든 새벽녘
창호窓戶에 우는 바람소리에 깨어
마당에 나서보니
동백나무 숲에서 후루룩 동박새 날고
새들 날아간 자리마다 꽃이 진다
열여섯 내 누이가 부끄럽게
부끄럽게 흰 옥양목 밑바대에 감추던 초경初經처럼
고향집 뒷뜰 돌담가에 아롱아롱 피던
그 붉은 동백꽃!
어쩌자고 오늘밤엔 눈 속에 붉었는지
스님은 잠이 들고 풍경소리만 홀로
쓸쓸한데
세심당洗心堂 뒤뜰 흰 눈밭에서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 아제
번뇌를 씻지 못하고 피를 토하는
정념情念의 불꽃을 보겠네
김경윤 시인. 1957년 전남 해남출생 1989년 무크지[민족현실과 문학운동]으로 작품활동. 민족문학작가회의회원, 땅끝문학회 활동, 민족시인김남주기념사업회 회장.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 시집 <아름다운 사람의 마을에서 살고 싶다>, <신발의 행자>.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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