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이곳 바다에 섰네
어깨너머로 본 삶은 늘 어둡고 막막하여
쓸쓸한 한 마리 뿔고둥처럼
세상의 개펄에서 포복했었네
사랑이여, 정신없는 갯병처럼
한 죽음이 또 한 죽음을 불러일으키고
더러는 바라볼 슬픔마저 차라리 아득하여
조용히 웃네
봄가뭄 속에 별 하나 뜨고
별 속에 바람 하나 불고
산수유 꽃망울 황토 언덕을 절며 적시느니.


곽재구(郭在九, 1954년 ~ )시인. 광주에서 출생. 전남대 국문학과를 졸업.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사평역에서》,《서울 세노야》,《참 맑은 물살》 등이 있고, 기행 산문집으로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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