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대둔사 성보박물관 앞 뜰
석축을 보면 안다
큼직한 돌덩이 사이사이에 박힌
살결 고운 잔돌들,
보아라
당당한 덩치에 눌린 것이 아니라
힘으로 채우지 못한
허허로운 공간에서 밀알이 된
저 부처님의 미소 같은 얼굴들
꼭 근엄한 것만이 유용한 것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
어머님의 둥근 젖무덤이
사람의 빛깔을 만들었듯
저 우유빛 잔돌들의 포근함이
경내를 감싸고 있는 것
이제야 깨닫는다
오랜 세월 계곡을 굴러
갈고 다듬은 저 잔돌들
침묵의 돌덩이보다 아름답다
박명용 시인. 1940년 충북 영동 출생 1976년 <현대문학>에 안개지역 등이 추천되어 등단, 2008년 작고. <백지>동인, 시집『바람과 날개』, 평론집『한국시의 구도와 비평』등 출간. 천상병시문학상·동포문학상·충남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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