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처럼 모든 것이 한순간에 끝이 났다. 물이 빠져나간 갯벌처럼 당선자와 낙선자들만 남아 유독 그 공허가 두드러져 보인다. 먼저 전 지역에서 고른 득표를 올렸던 김영록 당선자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한다.
선거는 끝이 났다. 그러나 화력이 불러들인 갈등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선거 국면에서 잠시 주춤했던 화력발전소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남군농민회를 비롯한 화력반대대책위 측에서는 군수 주민소환제를 앞두고 대대적인 대중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선거로 인한 분열은 일시적인 선에서 끝이 나겠지만 화력발전소가 불러들인 주민 갈등은 좀체 시들 줄을 모른다.
해남의 가장 큰 현안 문제는 화력발전소이다. 현재로써는 이 문제를 접고 해남을 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박철환 군수는 그간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화력발전소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수의 의지 하나면 화력발전소 문제는 조용히 물건너 간 얘기가 될 사안이다.
무엇에 발목을 잡혀 화력발전소 유치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인가. 문내농민회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박 군수는 화원 이장단과 군의회가 이를 결정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주관적인 판단을 내릴 때가 아니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때라며 해남군 예산으로 환경영향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사자인 화원 주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발전소 유치를 희망했던 군수는 왜 철회를 하지 못하는 것인가. 누구에게 결정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인가.
군수 소환제까지 치달아 지역사회를 어디까지 급랭을 시키려 하는가. 적어도 해남군정사에서 최초로 기록될 불명예스러운 군수소환까지는 가지 않아야 한다. 농민회가 밝혔듯이 화력발전소 문제를 철회하면 군수소환도 없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화력발전소 문제는 지자체와 화력발전소 반대 대책위의 대화로는 풀어질 문제가 아닌 상황에 이르렀다. 농민회 측이 군민들의 뜻을 받아들여줄 것을 간절히 호소했음에도 박 군수는 자신이 주관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고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김영록 당선자는 해남의 지역현안으로 가장 시급한 것이 화력발전소 문제임을 인식하고 가장 먼저 이를 해결하는데 의정활동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모두가 인식하다시피 서남권 전체가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며 신안군은 조례를 제정하고 1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반대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전남도지사의 명확한 반대 표명이 있었고, 전남도의회, 해남군의회에서도 보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강도는 다르지만 모두가 부적절하다는 쪽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역대 가장 군민과 갈등이 심했던 군수로 기록되기보다는 김봉열 전 영광군수처럼 대군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화력발전소 유치 철회에 대한 입장을 밝혀 멋진 군수가 되기를 희망한다.
군수는 한 고을의 수장이다. 그가 군민들로부터 질타를 받는 것은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자존심까지 상하는 일이다. 다시 군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군수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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