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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 추어탕 김영철 씨
화산면 어느 논두렁, 통발을 끌어올릴 때마다 토실토실한 미꾸라지가 한아름이다. 초보인 우리 눈에는 통발이 보이지 않는데 잡는 이의 손이 물 속으로 들어가면 어김없이 미꾸라지 가득 든 통발이 따라 올라온다.
신기함과 풍성함에 취해 종일 논두렁을 따라가며 지켜본다. 통발이 묵직할 땐 같이 환호성 지르고 자연이 주는 풍요에 또 같이 감사한다.
김영철(56)씨, 해남 곳곳의 논두렁과 실개천을 누비며 미꾸라지를 잡는 이다. 작게는 하루 100kg, 많게는 400~500kg를 잡을 때도 있다. 오늘은 100kg다. 이렇게 매일 잡는다면 떼부자 되겠지만 아쉽게도 미꾸라지 잡는 날은 일주일에 하루다.
그는 어디에 미꾸라지가 많이 있는지 해남의 논두렁과 하천, 실개천을 손금 들여다보듯 죄다 안다. 그곳을 돌아다니며 미꾸라지며 장어, 매기 등을 잡는지 꽤 많은 세월이 흘렀다.
처음에는 주락으로 장어를 잡았다. 본인이 직접 운영했던 장어집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다. 지금은 본인이 직접 추어탕 식당을 운영하기에 미꾸라지만 전문적으로 잡는다.
해남종합병원 밑에 자리한 김영철 논두렁 추어탕이 그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직접 미꾸라지를 잡아 운영하기 때문에 그의 식당에서 나오는 추어탕과 다른 메뉴들은 죄다 자연산이다. 게중에는 이 많은 손님들이 먹을 수 있는 미꾸라지를 어떻게 구입하느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란다. 1년 사시사철 식당에서 팔 미꾸라지는 언제든 구비돼 있단다.
김 씨는 미꾸라지를 손질한 후 급냉을 시키는 것이 비결이라고 한다. 그 비결을 잘 지키면 겨울에도 맛있는 추어탕을 언제든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김영철씨를 따라 나섰던 논두렁 미꾸라지 잡이, 통발에 드랭이랑 장어, 붕어들도 들어있다. 드랭이가 많이 잡히는 날은 횡재하는 날, 워낙 드물어서 가격이 꽤나 나간단다.
황소개구리도 숱하게 잡힌다. 하천 생태계 파괴자로 낙인찍힌 황소개구리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돈이 된다. 그러나 그는 돈과 상관없이 황소개구리는 보이는 즉시 잡는다. 생태계가 우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천에서의 삶, 30년 넘은 생활이다보니 하천 생태계의 변화도 피부로 느낀다. 수입산 우렁이가 자리하고 미꾸라지도 수입종이 늘어난다. 그러나 생태계는 살아나는지 수달의 개체 수는 엄청 늘어났다.
그는 하천 생태계의 진짜 파괴자는 살충제라고 말한다. 인간이 하천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논이 가까운 하천에선 농약이 살포되기 전에 미꾸라지를 잡는다.
일주일 1회 미꾸라지를 잡는 날은 새벽 6시에 논두렁에 도착한다. 그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그는 종일 물속에서 생활한다. 늦은 오후 힘이 드는지 그의 표정이 지쳐 보인다. 힘들게 얻는 수확, 그러나 보람도 크다.
도시에서 온 손님들이 추어탕 한 그릇으로 해남의 이미지를 사고 간다는 말 한마디에 그는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단다.
그는 부지런만 하면 해남의 모든 자연이 생계이자 경제력이라고 말한다.
해남의 논두렁과 실개천에서 삶을 영위하고 꿈을 키우는 그는 오늘도 그 터전을 찾아 해남의 논두렁으로 나선다.
박영자 기자/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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