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노래에 등장시키지 않으려고
여러 세상을 돌아다녔습니다.
동해에도 가고 남해에도 갔습니다.
해남군 토말에도 갔습니다.
한번은 트럭을 피하려다 차를 탄 채 바로
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안경이 벗겨져 차 속에 뒹굴었고
벨트 맨 어깨가 얼얼했을 뿐
정말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엔진을 막 죽인 상처난 차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서서 구경했습니다.



황동규 시인. 1938생으로 소설가 황순원의 장남이다.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했고 1958년 《현대문학》추천을 받아 문단에 데뷔했다. 〈한밤으로〉,〈겨울의 노래〉,〈얼음의 비밀〉 등의 역작을 발표했다.〈허균〉〈열하일기〉 등의 연작시에서는 사회와 현실의 긴장관계를 다루었다. 시집으로《삼남(三南)에 내리는 눈》,《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풍장(風葬)》 등이 있다. 1968년 현대문학신인상, 1980년 한국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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