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꽃소식이 들린다. 매화 향기와 산수유의 노란빛이 봄을 전하고 있지만 그 정취가 예년만 못하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와 시야를 가리는 황사 때문이라고 단정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 그럼 무엇이 봄꽃의 정취를 앗아갔을까?
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경제와 지역민심을 혼란스럽게 하는 지방선거를 주범으로 지목해 본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선거가 그만큼 중요하고 뜻 깊은 일이라는 의미에서 비롯된 말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선거를 두 달여 앞둔 현실을 살펴보면 비방과 검증되지 않은 소문으로 석연치 않은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정치적인 행태를 접할 때마다 생각나는 꽃이 있다. 타이탄 아름이란 꽃인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에 10cm씩 자라 그 높이가 3m에 이르며 흙속의 구근 또한 100kg이나 된다.
너무 커서 꽃이라고 하기엔 부담스러운 타이탄 아름을 다른 말로 corpse flower라고 한다. 이는 시체꽃이란 뜻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타이탄 아름은 크기뿐만 아니라 엄청난 악취로도 유명하다. 이 악취는 생선 썩는 냄새와 같아서 원주민들이 붙여준 이름으로 800m 밖에서도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꽃을 말할 때면 아름다운 모양과 함께 좋은 향기를 떠올린다. 그리고 어떠한 일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를 땐 그 만큼의 의미가 담겨있다. 그런데 그 의미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이 앞선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진 국민도 드물다. 서너 명만 모여도 정치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관심이 많은 만큼 기대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 그에 대한 실망과 분노 또한 크다.
분명, 민주주의와 선거는 오랜 시간과 많은 희생을 근간으로 피어난 역사적 산물이다. 더 이상 기이한 모양새와 크기로 시선을 압도하는 타이탄 아름이라는 꽃에 비유되지 않았으면 한다. 6월2일에 치를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개인과 정당보다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가장 크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뜻 깊은 참꽃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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