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의 반목과 갈등, 우린 너무도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며 학습을 했다. 그리고 끝이 났다. 군의회의 결정은 다름 아닌 주민들 간의 공동체, 상생에 대한 결정이었다.  
화력유치로 불거진 찬반 갈등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숙제를 남겼다.
의사결정에 있어 주민들의 참여. 화력의 피해를 떠나 그러한 시설을 유치하는데 있어 주민들의 의사를 수렴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린 혹독한 수업료를 지불하면서까지 확인했다. 또한 사업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계기로 해남군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배웠다. 해남군이 화력유치뿐 아니라 그것을 계기로 해남의 장기비전을 제시했더라면 그토록 큰 불신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으리라. 물론 화력유치를 찬성한 이들에게 무조건 잘못한 선택이라고 비판할 수는 없다. 유치위측도 해남 발전의 한 축으로 화력유치를 원했을 것이다. 그들의 충정도 받아들어야 한다.
화력으로 불거진 주민갈등은 원전에 이어 두 번째이다. 두 번 다 군민들은 시설보단 군민공동체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지역사회 발전을 놓고 벌어지는 갈등은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의 과정이다.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민주적인 소양도 키워지는 법이다. 서로의 책임을 묻기 전에 상대방의 충정을 이해하고 안으려는 과정에서 우린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갖추게 된다.
교훈과 함께 과제도 남았다. 해남군의 비전에 대한 과제이다. 해남군은 과연 청정지역인가. 육지의 맨끝에 있어 청정으로 느껴질 뿐이다. 청정지역이란 국토의 청정도 해당되지만 인간이 설치하는 모든 것이 이에 해당된다. 하천공사에서부터 건축물 이미지, 도시의 간판, 먹거리 등 모든 것을 포괄한다.  
이 기회에 해남을 청정지역으로 이미지화 하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화력유치가 무산된 것은 결국 주민들이 해남을 청정지역으로 남겨놓자는 의미이다. 당연히 화력유치가 무산됐다면 다음의 과정은 해남을 청정지역으로 이미지화 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우리에겐 땅끝이라는 중요한 지명이 있다. 땅끝의 이미지는 청정의 이미지이자 생태적 의미를 품고 있다.
화력이후 청정해남을 만들기 위한 민관기구가 구성됐으면 한다.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공직 내부에서라도 이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해남의 큰 틀을 설정한다면 해남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는 그 주제에 맞게 진행된다. 하나의 도시가 통일적인 이미지를 갖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생략된다면 원전 이후 그저 일상으로 다시 돌아갔던 과정을  밞게 된다. 갈등은 더 큰 일을 하기 위한 방향으로 흘러야 한다. 그래야만 화력발전소 문제가 승자만 있는 일로 끝을 맺을 수 있다.
해남의 미래비전은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어떠한 이미지로 해남을 디자인할 것인가. 큰 틀이 없는 도시는 항상 우왕좌왕이다. 방향이 없고 주제가 없는 일은 사람들 간의 갈등을 키우고 진행하는 사업마다 에너지가 소모된다.
화력으로 빚어진 찬반갈등을 지역사회 발전으로 승화시키자는 것이다. 이대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6개월간의 혹독한 수업이 너무도 허무하게 끝나버릴 수 있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