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초목이 푸르름을 더해가는 5월이지만 대흥사 팽나무만은 아직까지 잎을 틔우지 못한채 앙상한 가지로 남아있다.
팽나무가 잎을 틔우지 못한 원인은 애벌레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대흥사 주차장 상가들은 요즈음 가을 낙엽을 쓸어 담듯 애벌레를 쓸어 담는다고 한다.
팽나무에서 떨어진 애벌레들이 나무아래 수북이 쌓인다고 한다. 애벌레는 팽나무 잎이다. 팽나무 잎을 갉아먹어 버렸기 때문이다.
대흥사 상가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앙상한 가지의 팽나무와 수북이 쌓인 애벌레들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 상황이 될 때까지 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누구의 잘못일까라고 묻는다면 누구나 해남군과 대흥사의 책임이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관광해남, 천년고찰 대흥사의 이미지가 한낱 애벌레 때문에 먹칠이 돼서야 되겠는가.
애벌레가 극성을 부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매년 반복되는 피해에 방제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요구하지만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책 때문에 애벌레 방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면 약제 한번 뿌리면 끝, 매년 반복되는 일이다면 근본적이진 않더라도 매해 피해가 커지기 전에 방제를 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원인 파악도 방제대책도, 예산도 없다.
해남군은 남도전통문화 체험단지 사업의 일환으로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팽나무가 늘어선 산책로에 데크와 목교 등을 설치하고 있다.
군민들의 휴식공간과 관광자원화를 위해서다. 시설물 투자도 중요하지만 시설물을 떠받치는 기반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시설물이더라도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설물을 짓는 땅만 바라보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도 한번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대흥사 천년숲길엔 팽나무의 잎이 애벌레로 뚝뚝 떨어진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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