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미에 대한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그건 아직은 그곳 사람들의 얼굴이
갈망보다 우수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곳곳에 펼친 바위와 백사장에
비치 파라솔이 가볍게 날리는 해안을 따라
(국민관광지 “땅끝”) 지나
고개를 넘다 보면
흑일도 백일도 소화도 화도…
그림처럼 펼쳐지는
동화 같은 호수의 꽃섬 바다가 있다

사구미로 나아가면서 작은 배들
일렁이는 호반의 마을들
표시판에 각인된 만큼 화려하지도 않게
폐목선이나 어망과 오두막
혹은 무너진 흰 차돌담들이
도처에 널려 있긴 하지만
사려 깊은 마음이라야 휘파람은 그치고
그 마을들이
드리운 슬픔에 사로잡히게 되리라
이제 물빛도 기억만을 향해
반짝여오지 않으며
그곳 사람들의 주름도 전부가
파도가 일구어낸 것만은 아니다
눈부신 것들 더욱 눈부시고
어두워진 것들은
더욱 어두워져간다
돌이켜보면 지난날 두터운 기억과 함께
난 더불어 거기 존재했던 것을
그리하여 오늘 저들이 밝혀가는 눈부심도
운명적인 절망도
속절없는 애환도
언젠간 흐르고 흘러 스스로에 이르르는
저 참회의 슬픈 눈물이 될 수는 있겠지


조양래 시인. 해남 사구미 출신으로  1991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6년 계간『시평』가을호로 등단했다. 인생과 가난 등을 소재로 67편의 시가 수록된 시집 제비꽃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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