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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보훈의 달을 앞둔 얼마 전,「호국순례 및 문화유산 답사」를 위해 한 단체의 자문위원 자격으로 동행한바 있다. 그로부터 얼마 후 6.25전쟁에 참가해 전투 중 부상으로 신체적인 불편함을 겪고 있는 상이군경 원로 분들을 만났다. 이 분들과의 대화중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전투 중 전사한 옛 전우의 이름을 또렷하게 기억하며 가슴 아파하는 깊은 전우애였다. 두 번째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참전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강한 충성심과 자긍심 이었다. 세 번째는 오늘날이 있게 한 국토발전의 주역으로서, 그리고 지구상에 수많은 국가들 중에서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을 닦았다는 자부심이다. 네 번째로 자신들의 정신적․육체적인 불편함에도 그 누구를 탓하거나 후회하지 않고 현실로 받아들이며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 다섯 번째는 아쉽게도 그 분들의 대다수가 경제적인 여건이 상대적으로 풍요롭지 못해 어려운 생활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안타까움이었다. 마지막으로 식사 후에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반드시 약봉지를 찾아 유사한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가슴 아픈 현실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이렇게 불편한 몸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가? 그들은 신체적으로 불편하다보니 경제활동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와 참전의 후유증으로 병원생활과 지속적인 투약으로 누적된 경제적인 부담이 바로 오늘날의 이러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우리는 지금까지 이들을 위해 무엇을 했으며, 그에 상응한 보상은 이루어졌는가를 생각해 봐야한다. 이제는 국가와 지역사회가 이들을 위해 나서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실속이 없는 이벤트적인 행사보다는 실질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길 때가 온 것이다.
6월은「호국보훈의 달」이라고 하는 슬로건에 맞게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자립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때가 온 것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40%는 6·25전쟁의 발생연도조차 모르며, 30%가 우리나라의 주적을 ‘미국’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발타자르 그라시안’의「세상을 보는 지혜」란 저서의 ‘목을 적신 사람은 샘에서 등을 돌리는 법이고, 금 접시에 담긴 오렌지는 과즙을 짜내면 시궁창에 던져진다.’는 글귀가 생각난다.
이젠 우리가 그들의 업적에 대해 다시 평가하고 그에 상응한 보답을 해야 한다.
윤봉석 시인의 ‘유월의 동족상잔’이라는 시에 ‘붉은 핏빛으로 물들인 유월에 국토 유월되면 임에 영혼 빨간 장미로 환생하여 피였는가?’라는 시 귀가 있다. 유월의 장미가 피로 물든 꽃으로 느껴질 만큼 가슴 짠한 구절이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원년으로 국가를 위해 봉사한 참전용사들에게, 이제는 우리가 그들에게 봉사할 때가 온 것이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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