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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대구에서 또 한 명의 아이가 친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청소년상담을 지원하는 저희 센터나 Wee센터에는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학교와 경찰서, 법원 등에서 교육과 상담을 받기위해 의뢰되는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관련법이 만들어지고 처벌이 강력해지고 많은 대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변화에 대한 동기를 발견하고 시도하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부족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나 자원도 많이 부족합니다.
학교폭력과 관련해서 바뀐 것 중 하나가 부모의 책임성을 강화시키기 위하여 괴롭히는 아이와 함께 부모가 교육이나 상담을 하도록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학교현장에서나 청소년 관련기관에서는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억울해하는 부모도 많습니다. 자신의 아이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어째서 문제가 생겼는지 파악하고 자신과 아이의 긍정적인 변화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부모가 아주 적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친구들을 괴롭히는 아이들은 어떤 형태로든 성장과정에서 가족과 주변 환경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필요할 때 보호받지 못하거나 무시와 소외를 당하거나 지적받고 비난받거나 애를 써도 인정받지 못하거나 부모로부터 적절한 훈육을 받지 못하거나 정서적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친구를 잘못 만나서라든가 인터넷 중독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겉만 보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상처를 받는 사람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거부, 무시, 의미없음 때문에 내면에 화가 납니다. 지속적으로 화가 쌓이게 되면 어떤 아이들은 자신보다 약하고 만만한 대상에서 여러 가지 이유를 붙여 괴롭히고 분노를 밖으로 내보냅니다. 어떤 아이들은 그 화를 자신을 향하면서 우울하고 무기력해지면서 자해하고 죽기까지 합니다. 가족이건 또래로부터건 지역사회 환경으로 부터건 상처를 받는 아이들은 괴롭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처음부터 도덕성도 없고 감정도 없고 잘못을 모르는 난폭한 괴물은 아니었습니다.
타인이나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절망감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신뢰감이 없습니다. 내가 소중하게 여겨진 만족스럽고 행복하며 의미있는 경험이 부족해서 나도 타인도 잘 믿을 수가 없습니다. 오랜 기간 쌓여서 조절할만한 한도를 넘어서서 자신도 모르게 작은 자극에도 폭발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고 화를 쌓이게 합니다. 슬픈 악순환입니다.
부모님을 만나보면 그 부모 또한 비슷한 경험 속에 자란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나의 부모처럼 자식을 키우지 않아야지 다짐하지만 똑같은 방식으로 아이를 대하거나 양육하고 원가족의 부모의 안 좋은 방식을 너무 피하려다 보니 지나치게 경직된 방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관심있게 살펴서 방향이나 방법을 바꾸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의 몸이 환경이 급격히 바뀌거나 스트레스가 많거나 힘들어지면 신체증상으로 아픔을 느끼듯이 가족 내에서 누군가가 어려움이 생긴다면 변화를 위한 점검과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아이의 문제가 심각하다 할지라도 부모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건강한 성장과 지혜를 얻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 수 있습니다.
힘든 경험을 이겨냈을 때 우리가 많은 깨달음을 얻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부모는 최선을 다해 자녀들이 키우지만 때로는 좋지 않은 방법을 모르고 할 때가 있습니다. 좋은 부모는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실수를 알아차리고 변화를 시도하는 사람입니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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