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들녘에서 꺾어온
들국 한아름을 꽂아놓고
불현듯 핑그르르 눈물이 돈다
그것은 시골에 그냥 핀 들국이 아니라
고향을 다녀올 때 본
어머니의 망연한 눈빛 같기도 하고
좀더 찬찬히 들여다보면
수유리에서 해남쯤으로 떠도는
못다 핀 망령들의 이름 같기도 하고
좀더 길게 음미하노라면
서른아홉 살의 목숨을 거두고
두 마리, 빈곤을 상징하는 노새에 끌려
아틀랜타 시가지를 빠져나가던
마틴 루터 킹 목사
그를 따르던 흑인영가 같기도 하고
고정희 시인(1948~1991)은 삼산면 송정리에서 5남 3녀 가운데 장녀로 태어났다.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한 뒤 1975년 시인 박남수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연가》, 《부활과 그 이후》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여성문학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여성신문》 초대 편집주간을 거쳐 여성문화운동 동인 ‘또하나의 문화’에서 활동했다. 1991년 6월 9일 지리산 등반 도중 실족사 했다.
시집으로《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실락원 기행》, 《초혼제》,《지리산의 봄》 등이 있다. 《초혼제》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계기로 남도가락과 씻김굿 형식을 빌어 민중의 아픔을 위로한 장시집(長詩集)이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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