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땅 끝
오냐, 오너라

벼랑 아래
파도의 머리채를 단숨에 휘감아 올리는
바람의 억센 손아귀
혹은 오래 숨 죽이고 있다가
한 세상 너끈히 잡아채고
뒷발질하며 날아오르는 돌개바람

덩달아 솟구치는 온갖 잡것들아
어른어른 헛것들아
우수수 떨어져 시궁창에 머리박을 것들아

여기는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땅 끝
오냐, 어서 오너라



홍일표 시인은 1958년에 출생해 1988년《심상》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됐고 시집으로 『안개, 그 사랑법』, 『순환선』, 『혼자 가는 길』, 『살바도르 달리風의 낮달』등과 민담집 『산을 잡아 오너라』, 『닭을 빌려 타고 가지』와 산문집 『죽사발 웃음 밥사발 눈물』, 『조선시대 인물기행 - 홍일표 역사기행』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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