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으로 달려온 대륙의 목마름이
바닷물 마셔대어 더한 갈두리
도선장 나루지기 들어가버린 해거름
겨울 가뭄끝 봄비는
주막집 뜰 동백을 피운다

물길로만 길이 남은 나그네
젖은 몸 냉기를 털어내려던
막소주에 설취해
땅 끝에 귀를 대면
먼먼 할아버지들 살아가신
천년 아득한 벌판의 소리 들려온다

동백내음 자르르 쪽진머리 고운
고구려 어머니의 더운 피를 두르고
안시성 戰士로 태어난
우리 할아버지들의 첫울음이,
요동벌 종횡하던 絶影馬의 발굽소리가,
東夷족 큰 활 당겨 범을 잡던 함성이,
山茶花 비에 젖어 떨고 피는 밤
천년의 목마른 土末에서


권경업 시인은 최초로 백두대간을 종주했고 1982년 부산지역 최초 히말라야 원정대 등반대장을 맡았다. 정식으로 등단한 적은 없지만 1990년 백두대간 연작시 60여 편을 월간 '사람과 산'에 연재하면서 '산악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저서로는 시선집 '달빛무게' '하늘로 흐르는 강' 시집 '녹아버린 얼음보송이' '내가 산이 될 때까지' '삽당령' '백두대간1'까지 모두 14권을 상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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