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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자(청명산악회 회원)
산행 며칠 전부터 갈팡질팡 두 갈래 갈림길에서 기로에 섰다.
산행날인 일요일, 내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친정 엄마의 생신이기 때문이다.
친정이냐! 지리산 이냐! 지난 산행을 함께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지리산 산행을 선택했다.
“친정 엄마는 토요일 날 뵙기로 하고 지리산에 가는 거야”라고 결정했다. 엄마께 불효 하는 것 같은 후회가 스쳐간다. “엄마 할머니 집에 왜! 이리 빨리가!”라는 질문에 “내일 정기산행이 있어서 빨리 갔다오자”라고 했더니, 애들이 말한다. “엄마는 산이 중요해! 할머니 생신이 중요해!”라고.
친정에서 저녁을 먹고 해남 집으로 향했다. “엄마 미안해요, 내년 생신 때는 더 잘해드릴께요”라는 마음을 담고 집에 돌아왔다.
여름산행인데다 요즘 폭염 특보까지 내려 긴장과 두려움 속에 지리산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했다. 푸른 나무들이 줄지어선 숲을 걸으며 나무가 전해주는 싱싱한 냄새와 들꽃들을 보며 눈의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면서 산행을 계속했다. 노고단 고개를 넘어 돼지령 부근 울창한 숲 그늘에서 각자 준비해온 도시락을 풀어 놓는다. 상추, 고추, 된장에 꿀맛 같은 밥 한 공기를 비우고 이제야 살 것 같다는 안도와 함께 하산을 시작했다.
온몸에 땀이 범벅, 시원한 계곡물에 풍덩 담그고 싶다는 생각을 뒤로하고 빠른 걸음을 재촉하며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하산했다.
산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던 청명식당에서 먹는 최고의 음식, 이번 메뉴는 콩물국수였다. 청명식당의 주방은 여성회원 출입금지 구역으로 조리부터 설거지까지 모든 일은 남성회원들이 하기에 음식과 함께 여성회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콩물과 콩가루, 설탕, 시원한 얼음 둥둥 띠운 콩물국수는 최고의 별미다. 오늘도 더운 날씨에 산행하신 모든 회원님들을 위해 시원하고 맛깔나는 냉콩물국수를 제공해 주신 집행부와 콩물을 만들어준 김해심 회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폭염 속 산행,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지만 회원들과 함께 한 산행, 자연을 가슴에 품은 산행이었기에 행복한 산행이었다.
해남우리신문
wonmok76@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