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이라 외진 골짝
뗏목처럼 떠다니는
전설의 돌섬에는
한 십년
내리 가물면
불새가 날아온단다.
갈잎으로, 밤이슬로
사쁜 내린 섬의 새는
흰 갈기, 날개 돋은
한마리 백마였다가
모래톱
은방석 위에
둥지 트는 인어였다.
상아질(象牙質) 큰 부리에
선지빛 깃털 물고
햇살 무동 타고
미역 바람 길들여 오는,
잉걸불
발겨서 먹는
그 불새는 여자였다.
달무리
해조음
자갈자갈 속삭이다
십년 가뭄 목마름의 피막 가르는 소리,
삼천년에 한번 피는
우담화 꽃 이울 듯
여자의
속 깊은 궁문(宮門)
날개 터는 소릴 냈다.
몇날 며칠 앓던 바다
파도의 가리마 새로
죽은 도시 그물을 든
낯선 사내 이두박근…
기나긴 적요를 끌고
훠이, 훠이, 날아간 새여.
윤금초 시인은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6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안부’가 당선돼 문단에 등단했고 이영도시조문학상을 비롯 민족시가문학대상, 중앙시조대상, 현대불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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