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윤씨 5대째 지킨 돌담
150년 전에 들어온 조상의 얼굴
그 얼굴은 왜 들어왔을까
자식들 다 육지로 떠나고
갯가에 남은 두 늙은이
주름살에서도 파도소리가 난다
아내는 교회 나가고
남편은 깨알 만한 수첩 돋보기로 넘기는 이장
앞으로 몇 해 더 살면 윤씨의 만재도는 끝이 나는가
배표를 살 때 잡았던 손 저물어도 놓지 않고
정이 입을 막아 말 못하는 얼굴
나는 시끄러운 서울에서 온 남자
이 사람 앞에서 하나도 자랑할 것이 없는 이력
"왜 왔어?" 그 말에 눈물이 난다
이생진 시인은 1929년 충남 서산 출신으로 국제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2002 상화시인상과 1996 윤동주 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시가 가고 그림이 오다」,「기다림」,「실미도 꿩우는 소리」등이 있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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